내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700원이다. 전국 어디에서 일하든 똑같다. 그런데 공공부문으로 들어가면 임금의 최저선이 달라진다. 정부는 내년부터 중앙부처와 공공부문 저임금 기간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의 118% 수준을 ‘적정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로 눈을 돌리면 딴 세상이다. 전국 광역지자체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따로 정한다. 지자체와 산하기관 비정규직에게 적용되는 정책임금이다. 올해 평균은 시간당 1만2233원. 전남광주가 1만3303원으로 가장 높고, 인천이 1만2010원으로 가장 낮다. 시급 차이는 1293원, 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월 27만원이다. 집값이 가장 비싼 서울은 1만2121원으로 중간 정도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만으로는 주거와 교육, 문화생활까지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일을 해도 어느 지자체 소속이냐에 따라 ‘생활에 필요한 임금’이 달라진다. 이렇게 법정 최저임금 위에 중앙정부의 적정임금, 다시 지자체별 생활임금이 생기면서 기준임금의 중층 구조가 굳어졌다.
서울시는 내년 생활임금을 1만2757원으로 정했다. 올해보다 5.2%(636원) 오른다. 월 급여 기준으로 266만6213원이다. 3인 가구의 생활비에 주거비, 교육비, 교통비 등을 고려해 산정했다고 한다. 재정난을 겪는 경기도는 올해보다 3.5% 인상한 시간당 1만2995원으로 확정했다. 서울보다 인상률은 낮지만 금액은 238원 많다.
생활임금은 지역 물가 외에도 재정 여건까지 반영하니 차이가 나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저임금 근로자의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모순은 정부의 태도에 있다. 최저임금에 ‘지역별 물가와 생산성, 지급능력 차이’를 반영하자는 차등화 요구는 거부한다. 반면 지자체가 지역 사정에 따라 제각각 생활임금을 정하는 것은 인정하고 장려한다. 더구나 생활임금 수준은 지역 물가 순서와도 맞지 않는다. 정부에 묻는다. 최저임금의 지역 차이는 인정하지 않는데 ‘적정한 생활임금’의 지역 차이는 왜 가능한가.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