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기초지방자치단체 체육 분야 보조사업 실태조사 결과는 줄줄 새는 보조금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2개 기초지자체의 최근 3년(2022~2024년)간 운영 실태를 조사했는데, 수익금이 누락되거나 불투명하게 운영된 보조금 규모가 200억원을 넘었다. 상당수 체육회가 수입·지출 증빙조차 제출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다. 이 기간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가 집행한 체육 보조금은 3만1578개 사업, 1조5313억원 규모다. 전체 지자체로 조사를 확대하면 부실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권익위 조사를 보면 갖가지 수법으로 보조금이 빼돌려졌다. 한 연맹은 대회 수익금 전액을 우수선수 해외 파견비용에 사용했다고 보고했는데, 항공료는 학부모가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놓고는 여러 지자체에 수익금 사용 증빙을 중복 제출해 1억4000만원가량을 편취했다. 한 체육회는 회장 등에게 법령상 근거가 없는 수당 명목으로 3400만원을 부당 지급했다. 가족·친구 명의 위장업체를 통한 물품 허위 발주, 계약 쪼개기, 식사비 허위·과다 청구 등도 적발됐다. 국민의 혈세가 단체 관계자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것이다.
문제는 체육 분야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4~6월 실시한 ‘지방보조금 부정수급 상반기 일제점검’에서는 605건, 147억1600만원의 부정수급이 적발됐다. 전년도 연간 적발액의 3.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원인은 ‘주인 없는 돈’이라는 도덕적 해이와 형식적 감독 체계에 있다. 신청 과정은 까다롭지만 집행 후 정산 및 사후관리는 사실상 방치돼 있다.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당장 불이익이 없고, 처벌도 솜방망이에 불과해 제재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체육보조금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지방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방보조금 전반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환수에 그치지 않고 영구적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징벌적 환수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 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한 철저한 상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지자체들은 재정 위기를 호소하기에 앞서 새는 혈세부터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