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네 명이 회사를 시작했다. 사람이 적으니 회의라고 할 것도 없었다. 돌아보면 그때는 모든 것이 회의였다. 점심을 먹다가도 이야기했고, 자리를 지나치다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바로 물었다.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었다. 규칙보다 대화가 빨랐고, 보고서보다 말 한마디가 편했다.
8년이 지난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은 240명으로 늘었다. 1년에 한 번 전 직원이 모이는 타운홀 미팅을 열려고 해도 이제는 장소부터 고민해야 한다. 네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하던 시절에는 상상하지 못한 고민이다.
사람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능력 있는 경력자도 많이 합류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보니 일하는 방식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저마다 다르다. 처음에는 뛰어난 사람을 모아놓으면 자연스럽게 좋은 조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연주자를 모았다고 저절로 좋은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회사가 작을 때 리더의 역할은 앞에서 방향을 정하고 함께 달리는 것에 가까웠다. 조직이 커지니 조금 달라졌다. 서로 다른 속도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연구개발뿐 아니라 전략, 사업, 운영, 재무 등 회사의 역할도 세분화됐다. 자연스럽게 각 영역을 책임지는 리더가 필요해졌고, 조직 사이에 정보를 공유하고 판단의 기준을 맞추는 일도 중요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내가 과거에 답답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나씩 다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에 다닐 때는 내부통제나 정기적인 주간회의 같은 절차를 보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곤 했다. 자유롭고 빠르게 움직이는 회사라면 이런 것들은 필요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240명이 함께 움직이려니 생각이 달라졌다. 네 명일 때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대화만으로 충분하던 일이 240명에게는 기준과 약속이 필요했다. 물론 조직이 커졌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형식까지 답습할 필요는 없다. 자유롭게 일하는 문화와 함께 일하기 위한 질서 사이에서 우리만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가 성장한다는 것은 사람의 수가 많아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다. 네 명에게 맞았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240명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성장이다. 그리고 지금의 방식 역시 정답은 아닐 것이다. 300명, 400명이 되면 또 다른 답이 필요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자율주행 시대를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가 되겠다는 꿈이 있다. 그 꿈은 좋은 기술만으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요즘 더 많이 느낀다. 300명, 400명의 서로 다른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 그것 역시 자동차를 제조하는 일만큼 중요한 도전이다.
네 명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직접 알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같은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