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창에 파스텔 조명 갖춘 나만의 스파…욕실이 '지상 낙원'

입력 2026-09-10 17:23
수정 2026-09-11 02:34

퇴근한 뒤 집에 돌아와 욕실 문을 연다. 첫눈에 들어오는 건 조적욕조와 은은한 간접조명. 아, 집이다. 따뜻한 물을 받으면서 마스크팩과 와인 한 잔, 다크초콜릿을 챙겨 반신욕할 준비를 한다. 지상 낙원이다.

욕실이 달라졌다. 몸을 씻는 역할을 넘어 힐링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세상과 단절된 아늑한 욕조 안에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고단했던 하루, 보고 들은 모든 일을 따뜻한 물에 흘려보낸다. 다른 방은 기능에만 집중했지만 욕실만큼은 취향을 듬뿍 담아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최근 욕실 인테리어 트렌드는 호텔 스타일이 주도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주로 짙은 회색의 대형 타일로 내부 전체를 꾸민다는 점이다. 수도꼭지는 벽 속에 숨기고 거울 뒤로 간접 조명을 넣는다. 손잡이, 수전, 수납장, 타일, 휴지걸이도 톤을 맞춘다.

호텔식 욕실은 세면 공간과 욕조 간 거리를 멀게 둔다. 널찍한 세면대는 받침대 없이 벽에 붙인다. 벽을 세워 감춘 욕조는 조도를 더 낮춘다. 나만의 ‘호텔 스파’가 완성된다.

생동감 있는 노랑, 파랑, 녹색 등 과감한 색깔로 디자인하는 사람도 많다. 타인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어 과감하게 색을 쓰는 것이다. 요즘 화장실 여러 개를 가족끼리 나눠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욕실마다 개성을 살린 집도 많다고.

독특한 욕실을 완성하기 위해 일본산 타일 세면대를 들여오는 사람도 있다. 물고기, 새, 고양이 등 동물을 알록달록한 스타일로 디자인한 일본 타일업체가 입소문이 나고 있다. 가격은 타일 종류와 크기에 따라 수십~수백만원대로 다양하다. 구입 비용 외에도 운송료, 설치 시공비 등이 더 들어간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나만큼 소중한 존재에게 욕실 한쪽을 내주는 사람도 많다. 식물을 기르는 ‘식집사’들은 물을 자주 줘야 하는 식물을 욕실의 주인공으로 모셔두기도 한다. 매일 강아지를 산책시킨 뒤 목욕을 시켜야 하는 사람들은 강아지가 조적욕조에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을 설치한다. 미끄럼 방지 패드는 기본이다. 강아지용 샤워기 헤드를 거치할 공간도 마련한다. 가장 은밀한 공간인 욕실에 자리를 내줄 만큼 사랑하는 존재만 이곳을 드나들 수 있다.

거울, 수전, 수납장 등으로 포인트를 주려는 수요도 많다. 사각형이 아니라 비정형 모양의 거울, 가벼운 터치로 조도를 바꿀 수 있는 거울 등 다양한 제품이 있다. 수질을 걸러주는 고기능성 필터를 내장한 세면대 수전과 샤워기 헤드도 인기 아이템이다. 파스텔 색깔로 수전과 수납장, 조명 갓 등을 통일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욕실 인테리어 시공은 통상 집 주변 인테리어 전문점에 의뢰해 진행한다. 한샘,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 같은 대기업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에서 필요한 제품을 구입해 셀프 시공하는 젊은 층도 많다. 욕실 리모델링은 대체로 사용자 만족도가 높다. 오늘의집이 최근 2년 내 리모델링을 완료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지난 5월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만족스러운 시공 순위 10위 안에 욕실 리모델링이 꼽혔다.

인테리어에 욕심을 내면 비용도 따라 올라간다. 타일로 벽을 세우는 조적욕조는 기본 시공만 150만~250만원이다. 공간 특성, 타일 종류, 배수 위치 변경 여부에 따라 더 비싸질 수 있다. 대리석이나 와이드 타일로 욕실을 꾸미면 수천만원대, 해외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면 억원 단위로 비용이 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내는 욕실만큼은 욕심을 부려본다.

방에 딸린 보조 공간이던 욕실이 이제 통창 앞으로, 거실 옆으로 확장되고 있다. 침실만큼이나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최고의 뷰 포인트로.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