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피' 치솟았는데 알고 보니…한은 '삼전닉스' 콕 집어 경고 [분석+]

입력 2026-09-10 20:00
수정 2026-09-10 20:59

개인의 '빚투'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코스피 변동성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1~7월 코스피의 변동성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당시를 웃돌았고, 두 종목의 지수 등락 기여율이 최대 99%에 달하면서다. 전문가들은 특히 반도체 쏠림을 해소하지 못하면 코스피가 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1~7월 중 주가 변동성은 과거 위기 시기나 주요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그러면서 개인의 차입 투자 확대와 청산을 변동성 증가 요인으로 지목했다. 개인의 차입을 통한 투자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가 청산되면서 주가의 상·하방 움직임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레버리지 ETF 투자가 급증한 것도 수급 측면에서 주가 변동성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또 해외에서 늘어난 레버리지 투자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한은은 "국제금융시장에서도 국내 주식 대상 레버리지 투자가 늘어나면서 헤지 목적의 국내 현·선물 거래가 증가하는 등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를 초래했다"고 봤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역대급 변동성의 원인으로 꼽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 기대에 주가 상승이 소수 반도체 기업에 집중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 변화에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6월 이후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자 국내 주가지수도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가 8000에서 9000으로 상승하는 구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 기여율은 무려 99.0%에 달했다. 코스피가 9100에서 5500으로 하락하는 구간에서도 두 기업의 하락 기여율은 69.3%였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크게 등락했지만 해당 기업의 시장 내 비중이 한국보다 작아 증시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외국인의 차익실현과 투자자산 비중 조정도 수급에 영향을 줬다. 국내 주가가 주요국에 비해 크게 상승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익을 실현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 위해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최근 상황에 대해 "국내 주가는 큰 폭 조정 이후 레버리지 포지션이 상당 부분 청산되고 변동성도 다소 완화됐으나 반도체 업종 쏠림 등 변동성 확대 요인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레버리지 ETF와 차입을 통한 주식투자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업종·기업에 대한 시장 집중을 완화하고 투자자 기반을 넓히는 등 자본시장 체질을 개선해 대내외 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국내 반도체 기업 연계 금융상품이 해외에서 빠르게 확대되면서 예상치 못한 경로로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며 "관련 모니터링 체계를 정비·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를 끌어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좋을 때 지수가 급등하고 업황 전망이 꺾일 경우 시장 전체가 급락하는 구조로는 안정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코스피의 미래는 반도체 외에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주도 산업과 기업을 얼마나 육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