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0일 15: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로 설립 27년차를 맞은 IMM인베스트먼트는 기술과 재무 분석 양측면에서 모두 뛰어난 역량을 갖춘 하우스로 평가받는다. 그 중심에는 정일부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가 있다. 삼성전자에서 쌓은 기술·산업 경험을 투자에 접목해 초기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 단계까지 후속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그가 구축해온 투자 방식이다. 삼성전자 기술·전략기획 경험 바탕으로 벤처투자에 뛰어들어
정 대표는 1995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입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통신 등 IT 산업 전반을 경험했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는 LCD 사업부가 별도로 있었고 모뎀 등 통신 관련 사업도 활발했다. 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성장성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은 이후 벤처투자자로서 기술기업을 바라보는 밑바탕이 됐다.
정 대표가 벤처캐피털(VC) 업계로 자리를 옮긴 계기는 외환위기였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중소·벤처기업으로 성장의 축을 옮겨야 한다는 논의가 커지면서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VC의 역할에 주목하게 됐다.
삼성전자에서 기술기획과 전략기획 업무를 맡았던 그는 자신이 쌓은 산업 경험을 투자에 접목해 새로운 산업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업계를 바꿨다. 거는 “모험자본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VC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삼성전자에서 쌓은 기술·산업 경험을 벤처투자에서 직접 활용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합류한 뒤 IMM인베스트먼트는 기업 초기부터 성장 단계까지 모두 투자하는 종합 투자사로 성장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한 뒤 성장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강점으로 꼽힌다. 정 대표는 “기술적인 분석과 트렌드를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 기업의 재무 분석과 예측, 투자 구조를 설계하는 역량까지 함께 갖춘 것이 IMM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투자 대상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연 사람이다. 시장의 성장성과 진입장벽을 살피는 동시에 창업자가 혼자 모든 것을 하려 하기보다 이사회와 C레벨 인력을 갖추고 조직적으로 회사를 키울 수 있는지를 본다. 이 같은 투자 원칙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 초기 투자에 그치지 않고 후속 투자도 이어왔다.
에코프로의 경우 초기 투자 때만 하더라도 나노카본볼 등 대기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환경 소재·촉매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후 에코프로가 대기업의 전구체 사업권을 인수하는 과정을 보면서 사업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에코프로그룹에 3700억원의 후속 투자를 이어갔다. 크래프톤은 초기 투자 이후 텐센트가 들어올 당시 200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자했다. 무신사에도 초기 투자에 이어 성장 단계에서 약 1500억원을 투입했다.
성장 단계까지 후속 투자…‘멀티 스테이지’ 전략
정 대표는 같은 기업에 자금을 전방위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IMM인베스트먼트의 강점으로 꼽았다. 정 대표는 “처음 시드 투자부터 기업이 성장한 이후 대규모 투자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사내 벤처본부와 그로스에쿼티본부가 협업이 잘되기 때문에 가능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투자 전략을 원활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성장과 회수시장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반기 기업공개(IPO)가 크게 줄었지만 대외 변수의 영향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제도 개선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 등 미래 산업에 대규모 자금이 공급되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2~3년 뒤 투자금 회수가 본격화되는 만큼 회수시장을 지금부터 건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바라보는 IMM인베스트먼트의 장기 목표는 ‘100년 가는 회사’다. 좋은 인재와 시스템을 갖추고 미래 산업을 발굴하면서 벤처와 성장기업에 꾸준히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회사로 남겠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좋은 인재를 계속 영입해야 한다”며 “투자에 진심인 회사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남준우 기자 njw08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