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어치가 3900만원 됐다 '39배 잭팟'…"주식보다 낫네"

입력 2026-09-10 13:21
수정 2026-09-10 16:43

포켓몬 카드가 주식시장보다 높은 장기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단순한 수집품을 넘어 투자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한 벤처 투자가는 전 세계 어디서든 쉽게 사고팔 수 있다면서 극단적인 상황에선 포켓몬 카드가 '글로벌 화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9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게임·스포츠 기업 등에 투자하는 그리핀 게이밍 파트너스의 창립자 겸 전무이사인 피터 레빈은 최근 할리우드리포터와 인터뷰에서 "내일 세상에 종말이 닥친다면 그다음 날 세계 통화는 포켓몬 카드가 될 것이라고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레빈은 50만장이 훌쩍 넘는 포켓몬 카드를 보유한 수집가다.

레빈이 주목한 것은 접근성이다. 카드 전문점뿐 아니라 월마트·코스트코·월그린 등에서 누구나 카드 팩을 살 수 있는 데다 희귀하고 값비싼 카드를 뽑을 가능성도 특정 투자자에게만 유리하지 않다는 이유다. 레빈은 이처럼 카드 수집 경험이 대중에게 열려 있다는 점이 관련 산업을 지속시키는 힘이라고 봤다.

포켓몬 카드를 비롯한 트레이딩 카드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집에 머물던 개인 투자자들이 카드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 시기 게임스톱 같은 '밈주식' 등 비주류 투자 대상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가격 상승 사례도 잇따랐다. 유명 유튜버 로건 폴은 5년 전 희귀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 카드를 500만달러(한화 약 67억원)에 사들이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올해 이 카드를 1600만달러(한화 약 214억원)에 다시 팔아 또 다른 기록을 썼다.

일부 카드는 범죄 표적이 될 정도로 가치가 높아졌다. 지난 6월 미국 뉴저지에선 한 일당이 매장을 습격해 포켓몬 카드 5만달러어치를 훔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일부 수집가는 카드 보유를 개인퇴직계좌나 증권계좌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주식시장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카드래더 자료를 보면 포켓몬 카드는 2004년 이후 약 3821%에 이르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S&P500 상승률은 483%. 메타 주식도 2012년 상장 이후 1844% 올라 포켓몬 카드만 못했다. 다만 포켓몬 카드는 금융 규제를 받는 투자상품이 아니다.

트레이딩 카드 시장의 연간 규모는 최대 500억달러로 추산된다. 디즈니를 비롯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인기 캐릭터를 카드 상품으로 확대하면서 시장이 더 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즈니는 톱스와 디즈니·마블·스타워즈 카드 관련 계약을 맺었다. 해즈브로도 마블·스파이더맨 테마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포켓몬은 닌텐도가 1996년 비디오게임으로 처음 선보인 뒤 TV 프로그램, 영화, 게임, 수집형 카드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뉴욕포스트는 "포켓몬 카드가 투자 대상일 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를 연결하는 수집품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