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주는 국가의 영역이었다.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는 미국과 소련의 체제 경쟁이었다. 이제 풍경이 달라졌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수십억달러짜리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계약을 놓고 다투고, 중국은 달을 향해 미국을 추격한다. 우주는 탐사의 대상에서 돈과 안보, 국가적 위신이 충돌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유력 신문 워싱턴포스트에서 오랫동안 우주 산업을 취재한 크리스천 데이븐포트의 <로켓 드림>은 이런 '뉴 스페이스' 시대의 막후를 추적한다. 100여 명을 인터뷰한 저자는 회의실과 전용기, 발사장까지 파고든다. NASA의 오랜 파트너였던 보잉을 제치고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 사업의 중심으로 올라서는 과정은 특히 극적이다. 처음에는 NASA 우주비행사들조차 스페이스X의 우주선이 실제로 날 수 있을지 의심했다. 조종간 대신 터치스크린을 쓰는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드래건은 '날아다니는 아이폰'처럼 보였다.
책의 중심에는 머스크와 베이조스라는 정반대의 경영자가 있다. 화성을 노리는 머스크는 밤 11시에 회의를 시작하고 엔지니어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달을 바라보는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은 '한 걸음씩 맹렬하게'를 모토로 신중하게 움직였다. 먼저 창업한 것은 블루 오리진이지만 경쟁에서 앞서간 쪽은 스페이스X였다. 두 억만장자의 SNS 설전과 NASA 달 착륙선 수주전은 때로 우주판 막장극처럼 펼쳐진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억만장자 구경에 그치지 않아서다. 민간기업의 속도, NASA의 관료주의, 미국 정부의 안보 전략, 중국의 달 진출이 서로 얽히면서 우주 개발의 규칙 자체가 바뀌는 과정을 보여준다.
누가 먼저 화성에 가느냐보다 지금 경쟁은 훨씬 현실적이다. 누가 로켓을 쏘고, 위성을 운반하며, 달에 화물을 배달할 것인가. 20세기의 우주 경쟁이 깃발을 먼저 꽂는 싸움이었다면 21세기의 경쟁은 우주로 가는 길 자체를 누가 장악하느냐의 싸움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