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9일(현지시간) 공개한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의 최고 가격을 3199달러로 책정했다. 대중 시장을 겨냥한 스마트폰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부품 가격이 오른 데다 폴더블폰 특유의 복잡한 설계 비용까지 더해져 스마트폰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디스플레이 부품이 핵심인 만큼 관련주가 수혜를 볼 수 있다면서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국내 아이폰 관련주로 평가받는 종목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LG이노텍(0.36%), 덕산네오룩스(3.04%), 파인엠텍(0.74%), KH바텍(0.18%)이 소폭 오른 반면 삼성전기(-1.21%), 비에이치(-3.51%), 대덕전자(-3.39%) 등은 하락했다.
이날 애플이 보급형 아이폰 등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아직 폴더블 시장이 개화하지 않은 만큼 관련주의 주가 등락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아이폰 첫 폴더블의 판매량을 600만~700만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애플이 미국에서 공개한 아이폰 듀오는 저장용량 256기가바이트(GB) 모델이 1999달러부터 시작한다. 512GB는 2199달러, 1테라바이트(TB)는 2599달러, 2TB 모델은 3199달러에 판매된다. 최고 사양은 기본형보다 1200달러 비싸다.
환율과 유통비 등을 더한 국내 가격은 이보다 높다. 국내 역시 저장용량은 256GB·512GB·1TB·2TB 등 4가지로 구성되며 국내 가격은 256GB 기준 329만원부터 시작한다.
경쟁 제품인 삼성전자의 폴더블폰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같은 256GB 기준 갤럭시 Z 폴드8의 국내 출고가는 227만8100원,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는 257만7300원이다.
아이폰 듀오가 폴드8보다 101만1900원, 폴드8 울트라보다도 71만2700원 비싸다. 삼성의 1TB 폴드8 울트라(345만1800원)와 비교해야 듀오 기본형보다 가격이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폴드8을 미국 등 주요 시장보다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출시한 반면, 애플은 듀오의 국내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서 두 회사의 국내 출고가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다만 애플의 시장 진입으로 폴더블폰 시장 자체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세계 폴더블폰 누적 출하량이 올해 말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 출하량은 올해보다 3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IDC도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이 약 3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폴더블 제품이 확대되면 디스플레이 관련주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애플은 첫 폴더블인 '아이폰 듀오'에 디스플레이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아이폰 듀오는 내부 7.6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외부 5.4인치 OLED로 구성돼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에 눈부심과 빛반사를 줄여주는 '나노 텍스처(Nano-texture)' 기술을 적용했다. 해당 기술이 평평하고 매트한 표면을 만들어, 주름 시인성을 최소화한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커버 레이어에는 긁힘 방지 코팅과 타 소재 대비 강도가 최대 40% 높은 폴리머 소재도 적용했다.
애플은 기존 패널 상단에만 쓰이던 울트라신글래스(UTG)를 패널 하단에도 적용했다. 패널 지지층 역할을 하는 티타늄 백플레이트의 보강 소재를 기존 플라스틱 필름에서 UTG로 대체해, 패널 강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패널의 열고 닫힘을 제어하는 힌지(경첩)는 100개 이상의 미세한 정밀 부품으로 구성됐다. 힌지 제조 과정에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해, 각 힌지가 제품과 완벽히 정렬되도록 만든 것도 특징이다.
삼성증권은 애플의 첫 폴더블 제품인 '아이폰 듀오'와 관련해 "2000달러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글로벌 플래그십 제품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메모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의 재료비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이 증권사 이종욱 연구원은 "아이폰의 재료비가 700달러를 넘어간 상황에서 애플이 기존 매출총이익률(GPM)을 유지하려면 판매가 역시 구조적으로 올라가야 한다"며 "재료비의 약 2.5배 수준을 적용하면 판매가는 1800달러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문제는 바타입 아이폰 형태로 1500달러 이상의 가격을 대중적으로 정당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프로세서가 20% 빨라지고 카메라 성능이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가 기존보다 500~1000달러를 더 지불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매출 비중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전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폴더블 스마트폰이 확보한 높은 평균판매단가(ASP)가 세트업체에 더 높은 재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애플이 기존 플래그십 대비 폴더블 스마트폰의 상승분 약 900달러를 바탕으로 대당 약 400달러 수준의 추가 재료비를 사용할 여력이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며 "상승분은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과 폼팩터 변화에 따른 기구물 부품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독점적 생산을 하게 될 삼성디스플레이의 판매가 상승 속에 디스플레이 지지용 메탈플레이트를 생산하는 파인엠텍, 디스플레이용 연성회로기판(FPCB) 공급 업체 비에이치의 수혜가 가능하다"며 "현재 스마트폰 부품주의 톱다운 모멘텀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고 주당순이익(EPS) 증가가 명확해 추가 수익률을 내기에 적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