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부터 지방자치단체가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에 나선다.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사실상 전담해온 근로감독 업무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 맡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제1회 전국노동감독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방정부 노동감독체계 구축 및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정부에 노동감독 권한을 넘기는 근거가 되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은 오는 12월 8일부터 시행된다. ○감독 대상은 어떻게 정하나
지방정부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전반에 대한 사업장 감독을 실시하고, 위반사항에 대한 시정조치와 수사·과태료 부과까지 맡는다. 반면 진정·고소 등 신고사건이나 파견법, 노조법 등 집단적 노사관계법,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업무는 위임 대상에서 제외된다. 30인 이상 사업장은 기존처럼 고용노동부가 감독한다.
지방정부가 감독할 사업장은 시·도별 계획에 따라 선정한다. 각 시·도가 자체 감독계획을 세우고, 지역노동감독협의회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후보군을 추린 뒤 전국노동감독협의회가 최종 대상 사업장을 확정한다. 감독 물량의 약 2배수 수준으로 후보를 확보해 폐업·휴업 등으로 감독 실익이 없는 사업장이 생기면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이슈나 산업재해가 발생해 특정 업종에 긴급 점검이 필요할 경우에는 감독 대상을 중간에 추가·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업장 선정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가진 정보를 함께 활용한다. 노동부는 체불 이력이나 신고사건, 노무관리·산업안전 고위험 사업장 정보를 제공하고, 지방정부는 인허가 사업장 데이터나 지방세 납부이력, 불법 건설신고 현황 등을 활용한다. 지역별로 체불이 많이 발생하는 업종도 별도로 추려낸다. 서울은 출판·의복 제조업, 부산은 가죽·가방·신발 제조업과 건설업, 제주도는 숙박·외식업 등이 우선 점검 대상으로 제시됐다. ○2인 1조로 점검…시정 불이행하면 수사
실제 감독은 사전 준비와 현장 점검, 시정조치, 이행 확인 순으로 진행된다. 감독 전 계획을 세우고 사전 준비를 한 뒤 2인 1조로 사업장을 점검한다. 임금체불 등 권리구제와 직결되는 항목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체크리스트와 판단표를 활용해 감독관 개인의 재량을 최소화한다. 임금·퇴직금·연차 등을 계산할 수 있는 모듈도 제공한다.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우선 시정지시를 하고, 이후 이행 여부를 확인한다. 시정하지 않으면 수사나 과태료 부과로 넘어간다. 벌금이나 징역형 등 형사처벌 대상이면 범죄인지 후 참고인 조사, 증거 수집·보전, 피의자 조사 등을 거쳐 사건을 송치한다.
정부는 ‘중앙감독관 파견→지방노동청 지원→검사 지도·조언’의 3단계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베테랑 중앙노동감독관을 각 시·도에 파견해 모든 수사 과정의 지휘·점검·자문 역할을 맡기고, 지방노동청은 수사 과정에서 법 적용이나 해석에 대한 질의가 들어오면 5일 이내 답변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형사법상 쟁점은 검사의 지도·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방정부가 처리하기 어려운 고난도 사건은 관할 지방노동관서로 넘길 수 있는 ‘이첩 신청 제도’도 마련한다. ○12월 시행 앞두고 조직·인력 준비
현재 지방정부의 준비도 본격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감독 착수에 필요한 기준인력 120명을 배정했고, 지방정부는 감독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적합한 인력을 배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신규 감독관을 대상으로는 10~11월 8주간 모의사건 실습 중심의 교육을 실시한다. 제주도는 지난 8월 25일 전국 지방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노동안전감독관 전담부서를 설치했고, 경기도는 지방감독관 170명 충원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 지방감독관의 자격과 임면 절차도 별도로 규정한다. 감독관은 일정 교육을 이수해야 임명할 수 있고, 노동부 장관과의 사전협의를 거쳐 임면하도록 했다. 노동감독 업무와 무관한 순환보직을 막기 위해 적합 직렬·직류 배치와 장기근무를 유도하고, 전문직위 지정이나 승진가점 등 인센티브도 추진한다.
지역 유착이나 감독 편차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정부는 지방정부의 감독계획과 실제 집행 과정에 대해 지도·감독하고, 부실·과잉 감독이나 법령 적용 오류, 감독 절차 위반 등이 확인되면 시정·개선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감독관의 부정·비위 신고를 접수하는 체계도 2027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성과평가도 도입한다. 감독관 수와 교육이수율 같은 투입 지표뿐 아니라 감독률과 시정완료율, 체불·재해 감소율, 동일 사업장의 반복 위반율 등을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 평가 결과에 따라 감독 대상 선정의 자율성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거나, 성과가 낮은 지방정부에는 별도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