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일하고 평생 연금?…국민연금 추납 신청 2년 새 3배

입력 2026-09-10 10:32

과거에 내지 못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나중에 한꺼번에 내 가입 기간을 늘리는 ‘추후납부’ 신청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2020년 말 추납 가능 기간을 최대 119개월로 제한하며 과열을 잡는 듯했지만, 지난해 신청 건수는 24만건을 넘었다. 특히 추납으로 최소 가입기간을 채워 노령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외국인은 10년 새 83배 이상 늘었다.

1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과 외국인을 합친 전체 추납 신청은 24만4329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8만7644건까지 줄었던 신청 건수가 2년 만에 약 2.8배로 불어난 것이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0만6838건이 접수됐다.

추납은 실직이나 사업 중단, 경력 단절 등으로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기간의 보험료를 뒤늦게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민연금은 보험료 납부 기간이 최소 10년, 즉 120개월 이상이어야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가입 기간이 부족한 사람이 과거 미납 기간을 채워 연금 수급권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구제 장치다.

하지만 제도는 한때 ‘연금 재테크’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1999년 도입 당시에는 추납 가능 기간에 제한이 없었다. 2016년 말 전업주부 등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던 이들까지 추납 대상에 포함되면서 신청이 크게 늘었다. 은퇴를 앞두고 수천만원을 한꺼번에 내 가입 기간을 대폭 늘리는 사례가 나오자, 성실하게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낸 가입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커졌다.

결국 국회는 2020년 12월 법을 고쳐 추납 가능 기간을 최대 119개월로 제한했다. 이후 추납 신청은 2020년 27만1303건에서 2021년 21만5460건, 2022년 14만8439건, 2023년 8만7644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13만8459건으로 반등한 데 이어, 2025년에는 24만4329건으로 다시 치솟았다.

외국인 가입자의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외국인 추납 신청은 2016년 87건에서 2025년 1517건으로 10년 만에 17.4배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994건이 접수됐다.

추납으로 실제 연금을 받게 된 외국인도 빠르게 늘었다. 추납을 통해 최소 가입 기간 10년을 채워 노령연금 수급권을 얻은 외국인은 2016년 27명에서 올해 6월 기준 2250명으로 증가했다. 10년 새 83.3배 늘어난 규모다. 국내 보험료 납부 기간이 짧은 외국인에게 추납이 평생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제도 손질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외국인 추납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출입국 사실 증명을 통해 한 달에 15일 이상 국내에 실제 머문 달만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고, 한국에 살지 않은 기간에 대한 추납은 차단하기로 했다.

상호주의 원칙도 도입할 방침이다. 상대국이 그 나라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추납을 허용하는 경우에만 해당 국가 국민에게 국내 추납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외국인의 추납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제한하고, 상호주의가 인정되더라도 최소 12개월 이상 실제 보험료를 낸 경우에만 추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냈다. 추납 허용 기간도 실제 납부 기간 이내로 제한해 단기 가입 뒤 119개월분을 몰아내는 방식을 막는 내용이 담겼다.

연금당국은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보험료 납부 기간에 비례해 추납을 인정하거나, 현행 119개월인 추납 상한 자체를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단기간 가입한 뒤 목돈을 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방식이 확산되면 장기간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추납 제도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추납이 본래 취지인 가입 기간 보완 장치로 남을지,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우회로로 계속 활용될지를 두고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