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노동당 비선조직이었던 '언더조직'에서 성차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원들이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해당 요구에 동참하지 않았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용 후보자는 성차별 문제 폭로 이후 당 차원의 사과문 작성에도 반대 의견을 냈던 바 있다. 성차별 사건에 대한 조사와 사과 모두 외면했다는 정황은 성평등가족부 장관 자격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2월 2일 노동당 당원 A씨는 이가현 전 알바노조 위원장 등이 제기한 언더조직 성차별 문제와 관련해 이를 당론에 반하는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온라인 연서명을 통해 당 대표단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 요구에는 각 지역 당협위원장과 당원 등 65명이 찬성 의사를 밝히며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같은 시기 다른 안건 발의나 출마 지지 등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이름을 올렸던 용 후보자는 이 진상조사 요구 관련 글에는 한 차례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용 후보자는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관련 사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같은 해 5월 말 기본소득 운동을 논의하는 당원 모임을 제안했고 6월 초 첫 모임을 연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노동당 대표단은 당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같은 달 6일 대표단 회의를 열고, 알바노조 사건과 관련한 당원의 해당행위가 명백하다는 판단 아래 중앙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의결했다. 조사위원장에는 임석영 당시 부대표가 임명됐다.
문제가 된 성차별 사건은 2018년 2월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이 노동당 내 언더조직이 혼전 순결과 낙태 금지와 같은 내용을 담은 교양 교재를 활용하는 등 성차별 행위가 만연하다고 폭로하면서 공론화 됐다. 용 후보자 부부가 언더조직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이후 노동당이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해당 의혹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 7월 발간된 ‘언더조직 조직문화’ 인터뷰집에 따르면 언더조직 내에서는 성폭행까지 벌어졌다. 성폭행 피해를 본 한 조직원이 오히려 조직에서 배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용 후보자는 언더조직 내에서 발생한 성차별 행위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문 작성에도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자신이 속한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상 가해자 측 입장에 섰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