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도서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끌어올리려 수천 권에 달하는 책을 부당하게 사들인 유명 작가와 출판사 관계자가 재판을 받게 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3부(정혜승 부장검사)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위반 혐의로 40대 에세이 작가 A씨와 50대 출판사 대표 B씨를 불구속기소 처분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2024년 3월부터 7월까지 A씨가 낸 신간의 판매 실적을 부풀려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차트 진입을 노리고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구매 자금을 건네면 B씨가 전국 각지의 서점 매장을 순회하며 1631권에 달하는 책을 반복·분산 매수하는 방식이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B씨는 단일 매장에서 연속 구매가 이뤄져 이상 징후가 포착되는 상황을 막고자 근무 직원이 교대하는 시점을 노려 재방문하거나, 일부러 책 포장을 손상시킨 뒤 파본을 살린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이들이 부당 매입한 1631권은 해당 도서 총 판매량(1만1135권)의 14%를 차지하는 규모다. 차트 조작 작업 결과, 당초 분야별 주간 베스트셀러 3·4위 수준이던 해당 서적의 순위는 2·3위권으로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과거 A씨의 저작물을 출판하며 인연을 맺었을 뿐, 이번 신간의 출판과는 무관한 인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서점 측의 사재기 방지 시스템의 허점도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서점은 동일 회원이 당일 다량의 도서를 주문할 경우 1권으로 합산 집계하는 장치를 뒀으나, 비회원이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 등으로 구입하는 사례를 걸러낼 통제 장치는 부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으며, 검찰의 보완 수사를 거쳐 구체적인 전모가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비정상적 사재기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광고비보다 효과적인 홍보라는 잘못된 인식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이 확인 된 사건"이라며 "문화산업의 건전한 유통 질서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