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 관계자 "韓 핵잠 가지면 한반도 밖에서도 활동할 수 있어야"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6-09-10 09:32
수정 2026-09-11 17:54


"한반도 인근 해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은 필요 없을 것입니다."

9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펄하버-히컴 합동기지(JBPHH)에서 만난 미 해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려고 하는 계획에 관한 의견을 묻자 그는 대릴 코들 미 해군참모총장이 '한반도 작전구역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고려하라'고 말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코들 총장은 지난해 11월 공동팩트시트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중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추진 잠수함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이는 "자연스러운 기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핵추진 잠수함을 한반도 외 구역으로 전개할 수 있다고 언급하지 않았다. 코들 총장의 발언도 '한반도 외 구역'에서의 활동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해 지역에서의 활동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날 해군 관계자의 발언은 미 해군 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용도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인식이 미군 내에서 일반적인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미 해군은 10일 "군사 자산(잠수함)은 침략자를 억제하기 위한 작전적 이익에 부합하거나, 가급적이면 그 수준을 능가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기꺼이 도울 것(happy to help)"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한국이 단순히 '국격의 상징(status symbol)'로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려 한다면, 그건 잘못된 이유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드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해야 할 타당한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 해군은 추가로 보내온 설명에서 "전력 소요는 국가 안보의 필요성과 작전운용 계획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 문제에 관해서도 상세히 언급했다. 그는조선업 협력과 관련해 "한국 조선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중국이나 일본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현재 (미국 내 군함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가 5곳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예전에는 더 많은 조선소가 있었고 그 부지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지금은 부지를 개발하고 필요한 인력을 신속하게 확보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은 준비된 인력을 갖추고 있고, 체계적인 건조 공정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다"면서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한국 조선업체가 와서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파악하고 우리 인력을 교육하거나 직접 작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내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그는 토로했다. 그는 "미국 조선업 인력은 고령화되고 있고, 젊은 층은 제조업 일자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제조업 일자리가 고임금이고, 중요하며, 정밀 기술을 요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면서 "미국 내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한미 양국은 조선업 협력을 약속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전함 2척을 한국에서 건조하고 이 기간 동안 미국 내에서 군함 생산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국의 라이선스와 노하우를 이전하라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 기존에는 해외에서 미 군함을 생산할 수 없도록 규정한 관련 법률을 우회하는 이른바 '핀란드 모델'이다.

2척을 한국에서 건조한 후 미국에서 짓겠다는 구상이 미 군함의 건조역량을 회복하기에는 너무 더디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늦더라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답했다. 그는 "기존 방식대로라면 결코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늦었다는 것도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일어나서 (군함 건조 및 정비 능력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억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함정 정비 능력”이라고 자평했다. "정비를 더 잘하고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다면, 예를 들어 첨단 제조 기술 등을 활용한다면 전력 증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이나 일본 같은 동맹국이 자국 내에서 미 함정을 수리·정비하는 부분을 강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국 영토 밖에서 수행할 수 있는 작업 범위에는 법적인 제한이 있다”면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태평양 함대 입장에서는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가 이곳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면서 독일이 태평양 지역에서 작전을 전개한 점을 칭찬했다.

태평양 함대의 핵심 전력이 중동 지역에 파견돼 이란 전쟁에 활용되는 데 따른 억지력 약화 우려에 대해 그는 해군은 지상군(land force)과 달리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열흘이면 "태평양에 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온다는 뜻이 아니라 "필요시 긴급 상황발생 지역에서 신속하게 도착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해군은 추가로 설명했다

호놀룰루(미국)=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