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독립학교의 이윤 허용 문제가 총선을 앞두고 핵심 교육 쟁점으로 떠올랐다. 만 15세 학생의 읽기·수학·과학 국제학업성취도 순위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면서 복지 민영화 실험의 성과와 비용을 둘러싼 논쟁이 선거까지 번지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웨덴은 사회민주주의와 두꺼운 복지제도로 알려진 것과 달리 1990년대와 2000년대 개혁을 통해 학교와 의료, 노인 돌봄 등 복지 영역 상당 부분을 민간 부문에 개방했다. 현재 스웨덴 어린이 약 5명 중 1명은 독립학교에 다닌다. 유럽에서 복지서비스 민영화를 가장 폭넓게 추진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스웨덴 독립학교 제도의 특징은 민간 운영과 보편적 접근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영국의 이튼이나 해로처럼 높은 학비를 받는 사립학교와 달리 독립학교도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모든 학생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국가는 바우처 방식으로 공립학교와 동일한 학생 1인당 지원금을 지급하고, 민간 운영자는 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남은 돈을 이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
독립학교를 다룬 책 ‘엑스페리멘테트(Experimentet·실험)’의 저자 카린 그룬드베리 볼로다르스키는 “세금으로 전액 지원되는 학교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스웨덴의 학교 제도는 독특하다”고 말했다.
논란은 이번 주 발표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계기로 더욱 거세졌다. 스웨덴 15세 학생들의 읽기와 수학, 과학 순위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중도좌파 야당인 사회민주당은 최근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독립학교가 이익을 내고 배당금까지 지급하는 데 오랫동안 반대해왔다.
다만 이를 금지할 의회 과반을 확보한 적은 없다. 사회민주당 의원 오사 베스틀룬드는 “수십억크로나가 이익으로 빠져나가는 동안 지식수준은 떨어지고 있다”며 학교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총리 취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회민주당의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대표도 현 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독립학교의 이윤 허용에 대해 “어리석은 생각이고 어리석은 제도다. 아무도 이를 따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없애고 싶지만 스웨덴 국민이 어떻게 투표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복잡한 연립정부 정치 구조 때문에 사회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학교 운영기업의 이윤 창출을 실제로 금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형 교육업체 아카데미디어(AcadeMedia) 투자자들과 유럽 각국 정책 당국자들이 이번 선거 결과를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교육부를 맡은 중도우파 자유당의 운명도 변수다. 연립정부 내 가장 작은 정당인 자유당은 이번 선거에서 의회 진입에 필요한 득표 기준을 넘지 못할 위험에 놓여 있으며, 실제로 원내 진입에 실패하면 좌파 진영의 승리가 확실해진다.
정치학자 제니 마데스탐은 "이번 논쟁으로 사회민주당이 학교 이윤 문제에서 이전보다 강경하게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민주당은 과거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독립학교의 이윤 창출 자유를 제한하려던 방침을 포기한 적이 있다. 학교 운영기업들의 로비도 거세져 한 정치인은 “이런 압박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독립학교 측은 이윤 규모보다 제도의 개방성과 교육 성과를 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독립학교 단체 알메가 우트빌드닝의 마리아 셸손은 “스웨덴의 특징은 민간 사업자의 교육시장 진입뿐 아니라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학교 선택권이 열려 있다는 데 있다”며 “평등은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독립학교의 시험 성적이 공립학교보다 높다고 주장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독립학교가 가져가기 때문이라고 맞선다. 셸손은 또 학교에 투입되는 100스웨덴크로나(SKr) 가운데 97크로나가 학교 운영에 사용되고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1.3크로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윤 금지 이후의 상황도 불확실하다. 독립학교들은 수익 창출이 금지될 경우 현재 학교들이 어떻게 운영될지, 이들 학교에 다니는 수십만명의 학생을 어떻게 할지를 둘러싼 논의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스웨덴 학교와 학생 문제가 거대한 정치적 쟁점이 되고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선거가 민간 교육기업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위험 요인이 된 점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 스웨덴 제도를 연구하고도 도입을 꺼린 주요 이유로 지목된다.
이번 총선 결과와 이후 연정 구도가 스웨덴의 학교 이윤 허용 실험이 유지될지 결정하는 동시에 아카데미디어 등 교육기업 투자자와 유럽 정책 당국이 지켜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