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출판 1위 업체 문학동네의 최대주주 지분이 매물로 나왔다. 문학동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등 한국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연이어 펴내며 국내 문학 출판시장의 중심 역할을 해온 회사다. ◇문학 출판시장 핵심 역할
9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문학동네의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강병선(필명 강태형) 전 대표는 본인 전체 지분 41.5%(작년 말 기준)의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이미 2곳이 인수 제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가격은 수백억원대가 거론된다.
문학동네는 단행본 기준 국내 매출 1위 출판사다. 지난해 매출 369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거뒀다. 2위인 창비 매출(360억원)을 소폭 앞섰다. 문학동네는 인기작품이 많고 작가들과 관계가 탄탄한 출판사로 손꼽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가호>도 문학동네가 찍기로 했다. 교유서가, 글항아리 등 브랜드를 통해 인문·교양 등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문학동네는 강 전 대표가 1993년 설립해 키운 회사다. 1982년 시인으로 등단한 강 전 대표는 1988년 출판사 푸른숲을 세웠고, 1991년에는 푸른숲을 팔아 문학동네를 차렸다. 창립 당시 주간이었던 강 전 대표는 1995년 대표직에 오른 뒤 20년간 회사를 운영했다. 하지만 2015년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사태가 터지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엔 해외에 주로 체류해 왔다.
강 전 대표가 지분 매각을 꾀하는 배경에는 출판업계의 지속된 불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동네의 작년 매출은 2024년(463억원) 대비 20.43% 감소했다. 그는 오랫동안 출판업에 회의감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부터 프랜차이즈 커피숍 브랜드 ‘카페꼼마’를 적극적으로 키워 온 배경이다. ◇“주주·직원 반발 최소화해야”업계에서는 매각 성사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1위 출판사의 이름값을 이용하더라도 히트작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업황이 나쁘고 지분 구조도 인수자에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동네는 설립 때부터 강 전 대표와 편집위원 등이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문학동네 편집위원들과 작가들이 보유한 지분을 합치면 51.8%에 이른다. 강 전 대표의 지분을 사더라도 다른 주주들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경영권을 십분 발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임직원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도 관건이다. 주요 작가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 편집자들의 영향력이 커서다. 업계 관계자는 “출판업은 실무진의 입김이 크기 때문에 임직원들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각설에 출판업계는 동요하고 있다. 한 출판회사 관계자는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학 출판의 핵심 역할을 하는 문학동네의 창립자 경영권까지 매각되면 국내 문학 출판의 상징성에 타격이 생길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본지는 문학동네 경영진에게 최대주주 지분 매각 추진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최한종/설지연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