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갈 곳이 없다면 병원 응급실 건물로 가라. 운이 좋다면 이불과 옷가지를 얻을 수 있다. 오피스 빌딩에서 배달된 지 12시간이 넘도록 찾아가지 않은 음식을 먹어라.”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노숙 생활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생존법’ 영상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잠자리와 끼니, 돈을 해결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비슷한 내용의 ‘대도시 노숙인 생존 가이드’ ‘0원으로 도시에서 살아남기’ 영상도 수만~수십만 회부터 많게는 600만 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서 재난과 정부 스캔들이 발생했을 때 일시적으로 불만이 터져 나온 적은 있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다르다”며 “경제에 관한 비관론이 일상적인 SNS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SNS의 ‘부정적 콘텐츠’를 적극 차단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과 상반되는 결과다. 2023년 중국 국가안전부는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행위를 안보·정치 문제로 규정했다. 지난해에는 인터넷 플랫폼에 ‘노력과 교육이 소용없다’는 주장을 억제하고 비관론을 퍼뜨리는 밈과 농담을 단속하도록 지시했다.
배경에는 심각한 취업난이 있다. 중국 공식 청년 실업률은 지난 7월 17.9%로 11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도 불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2억 명 이상이 배달과 단기 계약직을 전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은 청년의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기업들이 과거 신입 직원에게 맡기던 초급 업무를 AI로 자동화해 경력이 없는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기회 자체가 줄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중국 대학 졸업자가 사상 최다인 1270만 명에 달하는 가운데 AI가 취업문을 더욱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안은 소비와 결혼 등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SNS 샤오훙수에서는 ‘소비를 최대한 줄이자’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1억2000만 개에 육박했다. 이 게시글들은 ‘열심히 일하고 소비하며 자산을 축적하는 대신 지출과 욕망 자체를 줄이자’고 주장한다.
크리스티안 괴벨 오스트리아 빈대 현대중국정치학 교수는 “경제적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검열만으로 비관론을 억누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중국 정부가 이런 흐름을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비관적 콘텐츠를 차단하려는 시도는 결국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