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경쟁 붙여 가격 눌렀는데…애플 '갑질 공식' 흔들

입력 2026-09-09 17:54
수정 2026-09-10 03:07
신형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애플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형 아이폰 가격이 비싸지고, 출시되는 ‘폴더블 아이폰’ 생산량은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다.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애플의 반도체 시장 주도권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넘어간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 협력업체 경쟁시킨 애플8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주식시장에서 애플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17% 내린 316.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노동절 연휴 전인 지난 4일(-2.5%)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했다. 9일 선보이는 폴더블 아이폰 생산량이 하루 수백 대에 불과할 수 있다는 닛케이아시아 보도 영향으로 풀이된다. 매체는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의 접힘 횟수와 화면 평탄도를 엄격하게 유지하기 위해 초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이폰 가격이 오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신형 아이폰18 프로 가격이 전작 대비 10~20%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폰 프로는 2022년 출시된 14부터 16(2024년)까지 시작가를 999달러로 유지했다. 지난해 가격을 100달러 인상하긴 했지만, 최소 저장공간을 128GB에서 256GB로 확대하면서 ‘사실상 동결’이란 평을 들었다. 실질적으로는 4년 만의 첫 가격 인상인 것이다.

애플이 4년 동안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급망 관리 전략이 있다. 애플은 연 출하량이 2억 대가 넘는 아이폰의 구매 물량을 바탕으로 협력업체 간 경쟁을 유도해 부품가격을 낮췄다. 카운터포인트는 애플이 아이폰15 프로맥스 디스플레이 비용을 전작 대비 4% 절감한 것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맞붙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메모리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았던 애플은 2020년대부터 SK하이닉스·도시바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멀티벤더’ 전략을 취했다. 메모리 하락 사이클 영향도 있었지만, 이 덕분에 아이폰15 프로맥스는 D램 용량을 6GB에서 8GB로 늘리면서도 가격을 동결할 수 있었다. ◇ AI 열풍에 협상력 줄어이런 갑을 관계는 AI 인프라 열풍으로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반도체업계의 생산 역량이 스마트폰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에 집중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 매출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분기 38%에서 올해 2분기 22%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고성능컴퓨터(HPC) 비중은 33%에서 66%로 두 배로 커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AI와 HPC 고객이 고급 노드에 프리미엄 가격을 부담할 의향이 있기 때문에 애플의 협상력이 약해졌다”며 “애플이 올해 충분한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생산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스마트폰용 LPDDR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2GB LPDD5X 모듈 가격은 작년 초 30달러에서 올초 70달러대로 뛰었다. 지난달 퇴임한 팀 쿡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난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빗대며 신모델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내놓고 평이 좋으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다시 회복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트렌드로 굳어진 반도체 가격 상승을 잡지 못하면 아이폰 가격은 더 뛰게 되고, 이에 따른 판매량 감소는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