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어?”라고 한 마디를 채팅창에 넣었더니 1200자가 넘는 답장이 돌아왔다. 상대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 캐릭터다. ‘북부대공과의 계약결혼’, ‘재벌 남친과의 연애’처럼 이용자가 원하는 세계관 속 가상의 인물과 대화하며 이야기를 만드는 ‘AI 캐릭터챗’이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AI 캐릭터챗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문 창작자가 캐릭터의 설정과 서사를 만들고, 일반 이용자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어 공개하는 시장이다. 뤼튼테크놀로지스의 ‘크랙’, 스캐터랩의 ‘제타’, 와트니의 ‘멜팅’ 등이 주도하고 있다. 9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분야 매출 순위에서 크랙은 14위, 제타는 18위, 멜팅은 25위에 랭크돼 있다. 올해 1~4월 제타의 1인당 월 평균 이용시간은 26시간55분으로 인스타그램(18시간25분)을 웃돌 정도로 몰입도도 크다.
기본 대화는 무료다. 하지만 긴 답변이나 추가 기능을 이용하려면 ‘크래커’, ‘피스’ 등 회사가 만든 채팅 머니를 사야 한다. 몰입도에 비례해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스캐터랩 매출은 2023년 11억원에서 제타를 출시한 2024년 51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67억원으로 뛰었다. 영업이익도 28억원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2024년 31억원이었던 뤼튼의 매출도 지난해 3월 크랙을 출시하자 471억원으로 불었다. 회사는 크랙의 인기를 감안해 올해 매출 1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시리즈 C 투자 유치에선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인정받았다.
관련 회사들은 웃지만, 청소년과 부모들은 울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녀가 새벽까지 AI 캐릭터와 대화하거나 부모 휴대전화로 몰래 접속한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비판이 커지자 뤼튼은 내년부터 청소년의 크랙 이용시간을 하루 최대 3시간, 결제액을 월 최대 10만원으로 제한한다고 지난 8일 자진해서 발표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도 AI 캐릭터챗 출시 앞두고 청소년 이용 제한 등 안전장치를 검토하고 있다. 뤼튼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와 관련한 문제를 내부에서도 민감하게 보고 있어 이용시간과 결제 한도 등 보호장치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