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겸 희망스튜디오 이사장에게 2조5500억원대에 이르는 주식을 재산분할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내 주요 이혼·재산분할 사건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기존 최대 기록으로 꼽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액을 크게 웃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정동혁 부장판사)는 9일 이씨가 권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권 이사장이 이씨에게 스마일게이트 주식 35%와 현금 65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총 2조 5500억원 상당이다.
이번 판결은 이씨가 2022년 11월 소송을 시작한 이후 약 4년 만에 나온 1심 판단이다.
재판부는 "양측이 장기간 갈등하게 된 경위, 관계 회복 가능성 등을 검토한 결과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며 "그 책임은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있고, 책임 정도도 대등하다고 봐 원고의 이혼 청구는 인용하되 위자료 청구는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액 면에서 기존 국내 최대 재산분할 기록을 단숨에 넘어섰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파기환송심에서는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단이 나온 바 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권 이사장의 재산분할액은 최 회장 사건의 약 2.5배 수준이 된다. 국내 이혼 소송에서 거액의 재산분할이 이뤄진 사례 가운데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다.
이번 소송에서는 스마일게이트의 창업과 성장 과정에서 이씨의 기여도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가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이씨 측은 스마일게이트 설립 초기 지분 30%를 보유했으며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는 점을 들어 회사 경영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20년 이상 가사와 육아를 맡아온 점 등을 함께 고려해 권 이사장 지분의 절반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권 이사장 측은 이씨에게 이혼에 이를 정도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비롯해 이혼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또 이씨가 실제 회사에 자금을 출자하거나 근무한 사실이 없어 스마일게이트의 공동창업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권 이사장은 1974년생으로 1999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이씨와 결혼했으며 이듬해 스마일게이트를 설립했다. 이후 2012년 공익사업 재단 희망스튜디오 이사장에 취임했고, 2020년부터 스마일게이트 CVO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2020년 별거에 들어갔고, 이씨는 2022년 권 이사장이 가정생활에 소홀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진행된 법원 감정에서는 권 이사장의 전체 재산 가치가 최대 8조160억원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 1심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향후 항소 여부와 상급심 판단에 따라 실제 재산분할 규모와 방식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