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중앙그룹 채권 투자자들이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등 총수 일가를 고발했다.
9일 JTBC·중앙그룹 채권투자자 공동변호인단은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개인투자자 총 319명은 전날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소 대상은 홍 회장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와 홍정인 콘텐트리중앙 대표 등 총수 일가, JTBC 등 계열사 전·현직 대표이사, 채권 판매에 관여한 금융회사 임직원 등 20명이다.
변호인단은 이들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와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사업보고서 거짓기재, 투자일임업자의 불건전 영업행위 등의 혐의를 제기했다. "자본 만들고 손실은 숨겨"…그룹 차원 '돌려막기' 의혹변호인단은 이번 채권 사태가 JTBC 등 개별 계열사의 부실이 아니라 중앙그룹 차원의 자금조달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중앙그룹은 국내 계열사 55곳과 해외 계열사 24곳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계열사 가운데 콘텐트리중앙을 제외한 54곳은 비상장사다. 변호인단은 총수 일가와 경영진이 외부 감시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비상장 계열사를 중심으로 자금을 움직여 투자자들이 실제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이 지목한 핵심은 계열사 간 이른바 '돌려막기'다. 자본이 부족한 계열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다른 계열사가 이를 사들여 장부상 자본을 늘렸다. 이렇게 재무상태가 개선된 계열사는 회사채를 발행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돈을 조달했고, 이 돈은 다시 자금 사정이 어려운 다른 계열사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이후 돈을 빌려간 계열사의 사정이 나빠져 회수가 어려워져도 관련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 돈에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아 앞서 늘어난 자본이 그대로 유지됐고, 이를 토대로 다시 회사채를 발행하는 구조가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이를 두고 "계열사끼리 돈을 돌려 장부상 자본을 만들고, 못 받을 돈을 받을 것처럼 적어 그 자본을 지킨 뒤 그렇게 꾸민 재무제표로 시중에서 회사채를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보다 건전하게 보이는 재무상태를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회사채를 팔아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총수일가·금융회사까지 고소…"최소한 미필적 고의"변호인단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이 개별 계열사나 실무진 차원에서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총수 일가까지 고소 대상에 포함했다.
공동변호인단 소속 이복현 변호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중앙홀딩스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자금이 움직였고 이 같은 거래는 실무자 차원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계열사 간 자금 지원 등에 그룹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회사채 발행과 판매에 관여한 금융회사들도 고소 대상에 올랐다. 변호인단은 주관사 등이 수년 동안 중앙그룹의 회사채 발행 업무 등을 수행한 만큼 그룹의 재무상태와 상환 위험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금융회사들이 장기간 발행 업무를 맡고 그룹 측과 소통한 정황 등을 거론하며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사채의 원리금 상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면 어떤 근거로 이 같은 위험요인을 점검했는지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앙그룹의 재무 위기는 지난 6월 JTBC가 206억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에 갚지 못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중앙홀딩스·콘텐트리중앙·중앙피앤아이·메가박스중앙 등 계열사 4곳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JTBC도 자율구조조정지원(ARS) 절차를 밟았지만 지난달 28일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