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년 자경 농지 양도소득세 감면' 폐지 방안을 띄우자 농민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위장 경작과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혜택까지 줄어들 수 있어서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현장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세제 개편까지 충분한 설명 없이 추진하면 농민들의 반발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의 공공성 회복과 이용·보전·관리 과제와 방안' 토론회에서 8년 자경 양도세 감면 폐지에 신중한 논의를 주문했다. 그는 감면 폐지에 대해 "심도 있는 쟁점으로 좀 논의가 더 돼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투기 세력이 제도를 악용한다는 이유로 기존 농민과 신규 농업인에게 필요한 지원까지 없애는 것이 타당하냐는 취지다.
지난 6월 대통령직속 농어업위 농지제도개선TF는 8년 자경 양도세 감면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농지를 장기간 농업에 이용하면 혜택을 주는 방향의 세제 개편을 공론화하기로 했다. 농지를 팔 때 세금을 깎아주는 데 집중된 지원을 농지의 보전과 이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이날 기존 8년 자경 요건 충족자의 혜택을 보호하고, 요건을 채우지 못한 경우에도 경작 기간에 비례해 감면하는 경과조치를 제시했다. 농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 80%까지 확대하는 대안도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일률적인 폐지보다 장기 경작에 따른 혜택을 단계적으로 설계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경 기간을 8년, 12년, 16년, 20년으로 나눠 감면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 위원장은 청년농이 초기 자금을 농지 구입에 쏟아부으면 정작 생산시설 등에 투자할 여력이 줄고, 땅값이 떨어질 때 손실까지 떠안는다고도 짚었다. 농업경영체 등록과 농지 계약을 위해 여러 기관을 오가야 하는 행정 부담도 거론했다.
지방정부에서는 자경 여부를 기준으로 한 감면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심재성 전북 완주군 주무관은 위장 경작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세무서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업무가 떠넘겨지고, 담당 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지주가 양도세 감면을 받기 위해 임대료를 받지 않는 등 음성적인 임대차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세제 혜택 폐지에 대해 "시장 충격을 줄일 유예기간을 두되, 자경 요건을 장기 보유·농업적 이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병옥 농지제도개선TF 단장은 상속과 이농으로 임대차 비중이 커지는 현실에 맞춰 농민이 안정적으로 땅을 빌려 농사지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수조사에서 불법 임대차가 적발됐다는 이유로 지주가 계약을 파기해 실경작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TF는 실경작자의 경작권을 최소 3~5년 보장하고, 친환경농업 임대차 기간은 7~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전수조사가 농지를 빼앗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김기환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장은 "불법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농지의 실제 소유·이용 현황을 파악해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고, 제대로 이용되지 않는 농지를 실경작자와 청년농 등이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조사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농지 전수조사 관련해서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이용하려는 부분이 있어 걱정"이라며 "농민들이 아무 문제 없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추석 전에 메시지가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