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진료 분쟁 늘어나는데…배상·환급 등 해결은 26.4%뿐

입력 2026-09-09 12:00
수정 2026-09-09 13:16
반려동물 수술 후 폐사나 검사 과정에서의 부상 등을 둘러싼 동물병원 피해구제 신청이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접수 건수를 넘어섰다. 최근 5년여간 접수된 신청 4건 중 3건은 ‘진료상 과실’을 호소한 경우였지만, 처리가 끝난 사건 중 배상·환급 등으로 분쟁이 해결된 비율은 26.4%에 그쳤다.

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동물병원 이용과 관련해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은 모두 128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9건이었던 신청 건수는 지난해 27건으로 3배로 늘었다. 특히 올해는 1~6월에만 45건이 접수됐다.

분쟁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최근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고 동물병원 이용이 보편화하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9.2%다. 최근 1년 이내 동물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2021년 73.0%에서 지난해 95.1%까지 높아졌다.

피해구제 신청 사유 가운데는 ‘진료상 과실’이 96건으로 전체의 75.0%를 차지했다. 치료 과정에서 충분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처치 미흡’이 41건(32.0%)으로 가장 많았다. 수술 이후 출혈이나 감염, 폐사 등이 발생한 ‘수술 부작용’은 34건(26.6%), 오진이나 진단 과정 미흡 등 ‘진단 과실’은 13건(10.2%)이었다. 치료 과정에서 탈구나 화상, 손발톱 탈락 등이 발생한 안전사고도 8건(6.2%) 접수됐다.

나머지 32건(25.0%)은 과잉진료나 과잉청구, 소비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치료 등 진료비 관련 분쟁이었다.

실제 한 소비자는 2022년 9월 반려묘의 중성화 수술을 맡겼다가 수술 도중 심정지가 발생해 반려묘가 폐사하자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소비자는 수술 전 마취에 따른 폐사 위험성을 충분히 안내받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한 반려견이 기침 증상으로 동물병원에 입원해 검사와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지만 뒷다리 보행에 이상이 나타났다. 이후 검사에서 우측 고관절 탈구가 확인됐고, 병원 폐쇄회로(CC)TV에서는 엑스레이 촬영을 마친 반려견이 서 있지 못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소비자는 검사 과정에서 탈구가 발생했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진료비를 둘러싼 갈등도 발생했다. 지난해 한 소비자는 반려동물 관련 애플리케이션에서 강아지 1차 종합예방접종 비용이 3만원인 것을 확인하고 병원을 찾았지만 실제로는 4만5000원을 결제했다며 차액 환불을 요구했다.

다만 동물병원 관련 분쟁이 실제 배상이나 환급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높지 않았다. 처리가 끝난 피해구제 121건 가운데 분쟁이 해결된 사례는 32건으로 26.4%에 그쳤다. 나머지 89건(73.6%)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진료기록 확보 여부에 따라서도 불만 해결 비율에 차이가 났다. 진료부를 확보한 80건 가운데 24건(30.0%)이 해결된 반면 진료부를 확보하지 못한 41건에서는 8건(19.5%)만 해결됐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진료가 이뤄지는 데다 소비자와 병원 간 의료정보 격차가 커 소비자가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 동물병원 관련 신청이 39건(30.5%)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36건(28.2%)으로 뒤를 이었다. 수도권에서 발생한 분쟁이 전체의 58.7%를 차지했다. 반려동물 종류별로는 반려견이 88건(68.8%), 반려묘가 36건(28.0%)이었다.

소비자원은 수술 등 중대한 진료를 받기 전 치료 방법과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진료부 등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료 전후 반려동물의 상태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것도 분쟁 발생 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평균 동물병원 진료비는 정부가 운영하는 진료비용 공개 포털을 통해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