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실질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면 그때부터 해당 검사가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학교수 A씨와 대학원생 B씨에게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국내 한 대학 미술대학원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자신이 강의하는 과목을 수강하던 B씨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A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와 함께 감사원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감사원은 2022년 A씨의 금품 수수 관련 신고를 접수한 후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수사관들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참고인들을 조사하고 A씨와 B씨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다른 검사는 A씨와 B씨를 직접 조사하는 등 추가 수사를 한 뒤 2024년 8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쟁점은 이 같은 과정이 검찰청법이 정한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위반했는지였다.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은 검사가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피고인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3000만원을,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 측은 받은 돈이 정당한 개인지도 대가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유무죄를 따지지 않고 공소 자체를 기각했다. 사건을 넘겨받아 피고인들을 직접 조사한 검사가 이 사건의 ‘수사개시 검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사가 추가 수사에 이어 기소까지 직접 한 만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도록 한 검찰청법에 어긋난다고 봤다.<section data-testid="conversation-turn-26" data-turn="assistant" data-turn-id="request-WEB:4155bcfa-ac38-4fb4-9f7a-65b9cfd358b5-21" data-turn-id-container="request-WEB:4155bcfa-ac38-4fb4-9f7a-65b9cfd358b5-21" dir="auto">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검찰수사관들이 처음 검사의 지휘를 받아 참고인과 피의자를 조사하는 등 실질적인 수사에 착수한 시점에 이미 수사가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수사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보조하는 만큼, 당시 수사관들을 지휘한 검사가 '수사개시 검사'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처음 제시한 '검찰수사관의 수사 착수도 지휘검사의 수사개시로 본다'는 법리를 이번 판결에서 재확인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