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총력전을 펼친다. 명절 상차림용 간편식과 육류, 건강기능식품 등 수요가 몰리는 상품의 편성을 늘리는 동시에 최대 10~20% 수준의 할인·적립 혜택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최근 홈쇼핑 업계 매출이 내리막을 걷는 가운데 명절 특수를 위해 사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위기의 홈쇼핑, 최근 5년 성장률 -4.2%한국TV홈쇼핑협회가 발표한 '2025년 TV홈쇼핑 산업 현황'을 기준으로, 국내 7개 TV홈쇼핑 사업자(GS샵·CJ온스타일·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쇼핑)의 지난해 전체 거래액은 18조50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2021년 21조9592억 원을 정점으로 4년 연속 감소한 결과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4.2%로 집계되어 시장 규모 자체가 구조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분위기다.
방송 매출액 역시 2조61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하며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TV 방송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6.7%로 사상 처음 절반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러한 수치는 홈쇼핑 업계의 핵심 채널이었던 TV 방송의 구조적 위축이 통계로 명확히 드러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람들이 TV를 보지 않으면서 홈쇼핑 역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홈쇼핑 채널들은 마진율이 낮고 편성 효율이 떨어지는 가전제품 등 저효율 카테고리 편성을 축소하는 대신, 패션·뷰티·건강기능식품 등 고마진 상품군 비중을 확대한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으로 위기를 타파하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CJ온스타일 매출 7813억 원(+4.4%)·영업이익 499억 원(+4.8%), GS샵 매출 5302억 원(+1.3%)·영업이익 564억 원(+18.5%), 롯데홈쇼핑 매출 4710억 원(+2.7%)·영업이익 463억 원(+90.5%), 현대홈쇼핑 매출 5520억 원(+1.7%)·영업이익 529억 원(+10.9%), NS홈쇼핑 매출 3470억 원(+3.1%)·영업이익 366억 원(+30.3%)으로 집계됐따. 5개사 합산 기준 상반기 매출은 2.7% 증가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24.1% 증가하여 이익 증가폭이 매출 증가폭의 8.8배에 달하였고, 합산 영업이익률도 전년 상반기 7.5%에서 9.0%로 상승했다.
추석은 홈쇼핑이 최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해온 품목을 집중 판매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하반기 '대목'으로 꼽힌다.
쿠폰에 최대 10% 적립…추석 지갑 잡기 경쟁현대홈쇼핑은 오는 13일까지 '다드림 감사제'를 열고 할인 쿠폰과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공식 온라인몰 현대H몰 행사 페이지에 접속한 고객 가운데 매일 선착순 5만명에게 5만원 상당의 쿠폰팩을 지급한다. 30만원 이상 구매 시 쓸 수 있는 3만원 할인 쿠폰과 10% 할인 쿠폰, 5000원 할인권 등으로 구성했다.
추석 먹거리에는 별도 적립 혜택을 붙였다. 현대H몰이나 TV홈쇼핑에서 오는 22일까지 식품 상품을 2개 이상 구매하면 결제금액의 최대 10%를 적립해 준다. 한도는 최대 100만포인트다. 식품 이외 상품에도 14~22일 10% 적립 혜택을 적용한다. 여러 상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명절 소비 특성을 활용해 객단가와 구매 횟수를 동시에 높이려는 구조다.
GS샵도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판타지 추석' 특집을 진행한다. 대상 상품을 2개 이상, 누적 1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결제금액의 10%를 최대 3만원까지 적립해 준다. 행사카드로 5만원 이상 결제하면 상품과 날짜에 따라 5~7% 즉시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로 5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는 적립금과 TV상품용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추향 저격' 행사를 통해 관련 상품 구매 시 7%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여러 상품을 구매하면 추가 포인트를 지급한다. 선물 예산과 목적에 따라 상품을 가격대별로 나누고 일부 LA갈비·도가니탕 상품은 한 번 주문한 구성을 두 곳의 배송지로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NS홈쇼핑은 가격 할인에 무게를 뒀다. NS몰에서 오는 20일까지 '추석 상차림 최대 20% 할인' 기획전을 열어 LA갈비와 갈비찜 등 육류부터 사과·굴비·전복, 송편·전병 등을 판매한다. TV 방송에서도 상품별 추가 구성과 카드 할인, 상품권 등을 붙였다.
갈비·간편식 앞으로…'직접 만드는 명절' 줄었다홈쇼핑업체들이 할인만큼 공을 들이는 부분은 상품 구성이다. 올해 추석은 9월 25일로, 주 5일제 기준 추석 연휴와 일요일을 합쳐 24~27일 4일간의 연휴가 이어진다. 업계는 길지 않은 연휴에 명절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부담까지 줄이려는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육류와 가정간편식(HMR) 편성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9일부터 추석 전 배송이 마감되는 22일까지 소고기 원육과 갈비류 방송을 집중 편성한다. 프라임 등급 꽃갈비 원육을 비롯해 LA갈비, 포갈비, 소갈비찜, 양념 살치살 등을 순차적으로 판매한다. 한우 불고기와 한우 미역국, 왕갈비탕처럼 조리 부담을 줄인 상품도 편성한다.
특히 이번 추석 원육 상품 물량을 올해 설보다 50% 이상 늘리고 전체 육류 방송 편성도 평소보다 약 30% 확대했다. 회사에 따르면 최근 방송한 조선호텔 LA갈비와 포갈비는 각각 목표 대비 60% 이상의 주문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개별 방송의 내부 목표 대비 주문 실적으로, 홈쇼핑 육류 시장 전체의 수요 증가율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NS홈쇼핑 역시 9~21일 갈비찜과 LA갈비, 안창살구이, 굴비, 햅쌀 등 명절 먹거리를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9일 '임성근 소갈비찜'을 시작으로 굴비와 육류 등을 추석 전까지 반복 편성한다. 손이 많이 가는 명절 음식을 직접 조리하기보다 완제품이나 반조리 제품을 활용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식품 비중 9.3%→17.9%…10년 새 바뀐 추석 장바구니홈쇼핑업계가 먹거리 편성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명절 소비 변화도 있다. GS샵이 2015년과 2025년 추석 연휴 직전 3주간 TV홈쇼핑과 모바일 앱 판매를 비교한 결과 식품의 매출 비중은 9.3%에서 17.9%로 8.6%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식품 매출액은 80% 증가했다.
반대편에는 주방용품이 있다. 냄비와 프라이팬 등 주방용품의 매출 비중은 2015년 8.0%에서 지난해 3.3%로 떨어졌고 매출액도 38% 감소했다. 직접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보다 바로 먹거나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식품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어난 셈이다.
건강 관련 상품도 명절의 주요 상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GS샵에서 건강용품·건강식품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7.0%에서 15.3%로 상승했고 매출액은 103% 늘었다. 의류 비중도 20.8%에서 23.7%, 이미용은 15.2%에서 16.4%, 신발은 5.3%에서 7.6%로 각각 증가했다.
소비자의 명절 계획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GS샵이 지난해 7월 고객 1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명절 음식을 만들겠다는 응답은 2024년 58.7%에서 2025년 48.3%로 10.4%포인트 낮아졌다. 가족 모임을 계획한다는 응답 역시 81.1%에서 71.3%로 감소한 반면 국내·해외여행 등을 계획한다는 응답은 25.2%에서 42.7%로 높아졌다.
건기식엔 사은품…'선물 수요'도 놓칠 수 없다명절 선물 시장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둘러싼 경쟁이 두드러진다. NS홈쇼핑은 오는 15일 '정관장 홍삼활력플러스'를 본품과 추가 증정분을 합쳐 총 10박스, 300포 구성으로 판매한다. 쇼핑백 10장을 함께 제공해 여러 사람에게 나눠 선물할 수 있도록 했다. 19일에는 콜라겐 상품에 신세계상품권 10만원을 더한 구성을 편성한다.
GS샵 역시 11일 건강기능식품 방송 구매 고객에게 마사지기를 증정하는 등 사은품을 강화했다. 식품에서 가격 할인과 적립으로 경쟁한다면 건강기능식품에서는 다량 구성과 추가 증정을 통해 선물 단가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올해 홈쇼핑업계의 추석 경쟁은 고물가에 대응한 가격 혜택과 달라진 명절 생활방식에 맞춘 상품 편성이 맞물리는 모습이다. 직접 음식을 만드는 대신 갈비·간편식을 사고, 한 번에 여러 명의 선물을 준비하며, 연휴 일부를 여행과 나들이에 쓰는 소비가 늘면서 과거 명절 특수의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홈쇼핑 업체들이 할인·적립 경쟁으로 확보한 추석 고객을 명절 이후에도 붙잡아 둘 수 있을지 향후 실적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