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경영난에 빠진 독일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방산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킨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구조조정에 나선 독일 자동차 업계가 방산업체와의 협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투자회사 아우렐리우스캐피털과 니더작센주가 오스나브뤼크 공장의 지분 과반을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니더작센주는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지역이자 회사의 2대 주주다.
이번 계약으로 125년 역사의 오스나브뤼크 공장은 자동차 공장에서 방산 장비 생산기지로 전환된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아우렐리우스와 니더작센주는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방산 장비 생산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양측은 첫 ‘앵커 프로젝트’로 아이언돔 제조사인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라파엘과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는 독일과 유럽 시장을 위한 방공 시스템 및 관련 부품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이는 직원 1800명이 근무하고 있는 오스나브뤼크 공장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몇 달간 진행된 협상의 결과다. 이 공장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내년 차량 생산을 종료할 예정이었다. 다니엘라 카발로 폭스바겐 노사협의회 의장은 “1200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공장의 핵심 인력 모두가 이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추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중국 업체의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 자동차산업이 급성장하는 방위산업과 손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독일 자동차 업계는 생산 축소와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반면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면서 방산업계는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 역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폭스바겐 감독이사회는 지난주 5만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독일 공장 4곳에서 신차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자동차 업계와 방산업계의 협력을 독려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수만개의 일자리를 방산업계가 모두 흡수할 수는 없지만 기존 자동차 공장의 생산설비와 숙련 인력을 방산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독일의 대규모 재무장 계획이 이런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독일은 향후 5년간 약 7000억유로를 국방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다.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독일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라파엘은 독일 정부에 아이언돔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이언돔은 사거리 약 70㎞의 단거리 방공체계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등에서 날아오는 로켓을 요격하는 데 주로 활용해왔다.
요아브 투르게만 라파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의는 독일 파트너들과 장기적인 산업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라며 “궁극적으로 독일과 유럽을 방어하기 위한 기술과 제품을 독일에서 전량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