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보름여 앞두고 배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성수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신고배 가격은 전년보다 30% 넘게 높은 수준이다. 고온과 강풍으로 상품성이 떨어진 데다 명절을 앞두고 선물·제수용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 한경 프라이스 플랫폼을 통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가락시장 경락가격을 분석한 결과, 전날 신고배 15㎏ 상자의 평균 거래가격은 특품 기준 7만38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올랐다. 상품도 5만3645원으로 31% 상승했다.
중·하품의 상승 폭은 더 컸다. 보통품은 15㎏당 4만746원으로 전년보다 58% 비쌌고, 하품은 3만451원으로 88% 뛰었다. 품질 등급을 가리지 않고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배값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올해 생육 여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고온으로 열매 갈라짐과 햇볕 데임 피해가 발생했고 강풍에 따른 낙과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 배 생산량 전망치는 19만6900t으로 한 달 전 전망보다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0.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추석 선물용으로 선호되는 크고 외관이 좋은 상품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상급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선물·제수용 수요까지 몰리면서 당분간 높은 가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본격적인 성수기 출하가 시작되면 배값은 다소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관측센터는 추석 전 3주간 배 출하량이 5만55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기온 상승으로 수확 시기가 빨라진 데다 올해 추석이 지난해보다 이르면서 신고뿐 아니라 신화·화산 등 조생종 출하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농업관측센터는 추석 성수기 신고배 도매가격이 상품 기준 7.5㎏당 3만6000원 안팎으로 지난해 3만7200원보다 3.2%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가락시장 가격은 전년보다 30% 넘게 높지만 출하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사과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가격정보(KAMIS)에 따르면 추석 주력 품종인 홍로 상품 10개의 최근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2만2816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6.5%, 평년보다 18.6% 낮았다. 올해 사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7.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여건도 배보다 양호한 상황이다.
정부는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사과와 배 등 13대 성수품을 평시보다 1.6배 많은 16만3000t 공급하고 농축산물 할인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