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4300억 증발…비트코인 블록체인 또 털려

입력 2026-09-08 19:48
수정 2026-09-08 19:54

비트코인 이동에 사용하는 블록체인이 해킹당해 3억 2천만 달러(약 4,300억원) 상당의 자금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 디지털 자산 보안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7일 리퀴드 네트워크 운영사는 소셜 미디어 X에 게시한 글에서 자사 지갑에 보관된 비트코인 4,200개 중 약 4,000개가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리퀴드 네트워크는 "리퀴드 지갑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면서 모든 신규 거래를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등 외신들에 따르면, 탈취범들은 보안 취약점을 악용하는 "화이트햇 해커"로 추정되며, 일반적으로 도난당한 비트코인을 반환하고 때로는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회사 갤럭시 디지털의 연구 책임자인 알렉스 쏜은 X에 올린 글에서 해커들이 3,400 비트코인을 돌려줬지만, 그중 약 4,700만 달러 상당은 자신들이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주에도 한 공격자가 크립토닷컴과 연동된 디지털 자산 대출 플랫폼에서 600만 달러를 빼돌렸다. 8월에는 인기 있는 오프라인 비트코인 지갑인 콜드카드가 해킹당하기도 했다.

리퀴드 네트워크는 암호학자에서 비트코인 애호가로 변신한 아담 백이 공동 설립한 블록체인 기술회사인 블록스트림이 2018년에 설립했다. 블록스트림에 따르면 현재 80개 이상의 거래소, 인프라 회사 및 자산 운용사로 구성된 연합체가 리퀴드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다.

이 회사는 X에 올린 게시물에서 해당 자금은 네트워크에서 이체를 처리하도록 승인된 결제 플랫폼인 사이드스왑을 통해 인출됐지만 키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해킹 사실을 게시한 후 몇 시간 만에 해커와 블록스트림 간에 오간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가 추적됐다. 이는 블록체인 추적 사이트인 멤풀의 데이터에서 소액 비트코인 거래에 포함돼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해커들은 취약점이 수정된 것을 확인한 후 자금을 반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리퀴드 네트워크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빠른 결제를 위해 사용하는 별도의 네트워크로 작동한다. 메인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의 혼잡으로 인해 거래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네트워크는 실제 비트코인을 담보로 리퀴드 비트코인(L-BTC)을 발행하여 예치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블록스트림은 BTSE와 비트파이넥스 등 여러 주요 거래소가 리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트파이넥스는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와 같은 모회사 산하에 있다. 이 달에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비트멕스도 리퀴드를 사용했다.

사이버 보안 기술 회사인 페일세이프의 최고경영자(CEO)인 아네이린 플린은 예비 조사 결과 L-BTC 발행 과정에 버그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해킹 사건이 암호화 인프라의 취약점을 드러낸 일련의 공격 중 가장 최근 사례로 여러 차례 유사한 사건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