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힘…올해 국민소득 4만弗 넘어선다

입력 2026-09-08 17:58
올해 2분기 명목 경제성장률이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이 기업 이익과 국민 소득을 끌어올린 결과다.

한국은행은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4% 증가했다고 8일 발표했다. 1979년 3분기(27.7%)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전분기 대비로는 9.2% 늘었다.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로 지난 7월 23일 발표한 속보치와 같다.


명목 성장률이 실질 성장률을 크게 웃돈 것은 소비자물가에 수출입물가까지 반영한 GDP 디플레이터가 21.9% 올랐기 때문이다. 46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출 디플레이터가 56.6% 상승한 영향이다. 명목 GDP는 실질 GDP에 GDP 디플레이터를 반영해 산출한다.

교역 조건이 개선되면서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보다 15.6% 증가한 666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GNI는 GDP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외국인이 국내에서 올린 소득의 차액을 더한 지표다. 한은은 “명목 GNI 증가세와 환율 안정이 이어지면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이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GDP디플레이터 46년만에 최고…12년 만에 3만달러대 탈출할 듯
투자·소비여력 물가 자극 땐 한은 금리인상 속도 낼 수도올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4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반도체 수출가격 급등에 힘입어 GDP 디플레이터가 4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나면서 올해 1인당 GNI가 12년 만에 4만달러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12년 만에 4만달러 넘을듯한은이 8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 상승했다. 1980년 4분기(26.6%) 후 최고치다. 2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7%였지만, 명목 성장률이 26.4%로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다.

실질 GNI 증가율도 15.6%로 실질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그 결과 2분기 실질 GNI는 666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4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커졌다.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올해 남은 기간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없고 연간 명목 GNI 증가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환율 안정세가 지속된다면 1인당 GNI는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평균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 중반을 유지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14년 3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12년째 3만달러대에 갇혀 있다. 한은의 예상대로라면 한국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는 나라가 된다.◇한은 금리 인상 시계 빨라지나2분기 총저축률은 45.6%로 1970년 통계 공표 후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소비보다 소득이 더 많이 증가하면서 소비 여력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기업 이익에 해당하는 총영업잉여는 전년 동기 대비 48.2%, 전 분기 대비 18.5%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2010년 관련 통계 공표 후 가장 높았다.

김 부장은 “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총영업잉여 증가는 성과급, 배당금 등 가계소득 증가로 나타난다”며 “법인세, 근로소득세, 배당소득세 등 정부소득도 증가하면서 시차를 두고 내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명목 경제성장률과 총저축률, 총영업잉여 등 주요 지표가 기록적인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본격적으로 통화긴축에 나선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인상한 지난달 27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8~9월 물가지표가 중요하고, 9월 초에 발표되는 명목 GDP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8월 물가 상승률은 3.1%로 3개월 만에 3%를 넘었다. 특히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3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3.4% 올랐다. 여기에 2분기 명목 GDP마저 기록적인 증가율을 나타내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한은이 공개한 K점도표의 중간값은 연 3.25%였다. 금통위원이 6개월 내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한 차례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