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도권 주택 공급에 활용할 유휴부지를 5000억원 규모로 확보한다. 주택 시장 수급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토지은행’ 기능을 본격 가동하는 것으로, 2009년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수급 조절용 비축토지 매입에 나선다.
국토부와 LH는 2026년도 수급 조절용 공공토지 비축 매입을 위한 공모를 한다고 8일 밝혔다. 지난달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 공급 방안’의 후속 조치로, 도로·산업단지 등 공익사업 중심이던 공공토지 비축을 주택 공급과 시장 안정 수단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사업은 기관, 기업, 개인 등이 보유한 수도권 내 유휴토지를 공개 공모 방식으로 매입하는 형태다.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한 달간 접수한 매각 희망 토지를 대상으로 공익사업 활용 가능성과 공공 비축 필요성 등을 종합 검토해 총 5000억원 규모의 매입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매입 대상은 신청일 기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있는 3300㎡ 이상 토지로, 약 100가구 규모 공동주택 건설이 가능한 부지다. 건축물이 포함된 토지나 근저당·압류 등이 설정된 토지, 농지·임야 등 취득 및 이용이 제한된 토지는 제외된다. 매입 가격은 LH가 선정한 감정평가업자 2인의 평가액을 산술 평균한 범위 내에서 토지 소유자와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정부의 공공토지 비축은 공익사업용과 수급 조절용 두 축으로 설계됐다. 2009년 ‘공공토지의 비축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LH 내 토지은행이 출범했지만, 그동안은 도로·산단 등 공익사업 위주로만 운영됐다. 수급 조절용 매입은 LH의 재무 부담과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실제 집행된 사례가 없었다.
LH는 8일부터 28일까지 수도권 내 활용 가능한 유휴토지를 보유한 기관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사전 컨설팅을 한다. 이후 29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매각 신청을 받아 12월 적격 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년 2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매입은 LH 자체 재원으로 추진되며, 추가 매입 여부는 향후 재무 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공공이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금리 상승기에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며 “공공주택을 대량 매입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