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바이오가 픽한 큐리진 “버려지는 RNA 가닥까지 약으로”

입력 2026-09-08 15:11
수정 2026-09-10 15:13


“버려지는 RNA 가닥까지 활용해 한 번에 두 유전자를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하겠습니다.”

최진우 큐리진 대표는 8일 인터뷰에서 “중증 만성질환은 여러 유전자가 관여해 하나만 억제하면 다른 경로가 활성화돼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두 유전자를 동시에 억제해 치료 효과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큐리진은 자체 개발한 이중표적 짧은간섭RNA(siRNA) 플랫폼을 활용해 대사질환과 암,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에이프릴바이오가 지난 7월 큐리진에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두 가닥 모두 약효 내는 이중표적 RNAsiRNA는 특정 유전자의 정보를 담은 메신저RNA(mRNA)를 분해해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 물질이다. 일반적인 siRNA는 두 가닥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가이드 가닥은 RNA 유도 침묵 복합체(RISC)에 결합해 표적 mRNA를 찾아가고, 패신저 가닥은 제거된다.

큐리진은 버려지는 패신저 가닥 대신 두 가닥을 모두 가이드로 활용한다. 각 가닥이 서로 다른 유전자의 mRNA를 표적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최 대표는 “기존에는 한쪽 가닥만 약효를 내고 다른 가닥은 버려졌지만, 우리는 두 가닥 모두 표적 유전자를 억제하도록 만들었다”며 “하나의 RNA 분자로 두 유전자를 동시에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두 개의 siRNA를 링커로 연결하거나 각각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중표적을 구현하려는 연구가 진행됐다. 그러나 연결 부위가 제대로 절단되지 않거나 한쪽 siRNA만 작동하면 두 유전자를 동시에 억제하는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패신저 가닥이 원하지 않는 유전자를 억제하는 오프타깃(의도하지 않은 유전자를 억제하는 현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큐리진의 기술은 서로 다른 두 가닥을 결합할 때 발생하는 미스매치(염기 불일치)를 활용한다. 미스매치가 있으면 두 가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지만, 회사는 특정 위치의 미스매치는 RISC 탑재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두 가닥의 탑재 효율이 비슷한 서열을 선별한다.

최 대표는 “미스매치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RISC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반대로 미스매치를 허용하는 위치를 찾아 두 가닥이 모두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큐리진의 핵심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미스매치는 두 siRNA 가닥 사이에 존재하며, 각 가닥은 자신이 표적하는 mRNA와 상보적으로 결합하도록 설계한다.

후보물질 발굴 과정도 자동화하고 있다. 큐리진은 최대 384개의 화학수식 siRNA 후보를 5일 이내에 스크리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표적 유전자 두 개를 입력하면 자체 알고리즘으로 후보 서열을 설계하고, 합성과 효능 평가, 면역반응 확인, 화학수식 최적화를 거쳐 후보를 선별한다. 현재 일부 공정은 자동화가 완료됐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합성 공정까지 연결한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약 50쌍의 표적 조합을 시험했는데 후보 서열을 찾지 못한 적은 없었다”며 “자동화를 통해 특정 표적에 대한 후보물질을 두 달 안에 도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에이프릴바이오와 대사질환·난소암 공동개발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7월 20일 큐리진 지분 25.26%를 28억9000만원에 인수해 2대 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이중표적 siRNA 플랫폼에 대한 옵션과 공동개발 우선권도 확보했다. 에이프릴바이오의 항체 기반 전달기술과 큐리진의 RNA 설계기술을 결합해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개발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다.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역할을 하는 항체와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페이로드), 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다. AOC는 페이로드 대신 RNA 치료제를 붙인 것이다. 항체가 특정 세포를 찾아가면 RNA가 세포 안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작용을 억제한다.

최 대표는 “에이프릴바이오가 AOC 공동연구에서 세포 효능을 확인한 뒤 함께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초기 단계에서 기술을 확보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대 주주로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큐리진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si103도 동물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력 대상으로 선택했다. Csi103은 PCSK9와 APOC3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표적 RNA 후보물질이다. PCSK9는 혈중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조절에, APOC3는 중성지방 대사에 관여한다. 두 유전자를 함께 억제해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동시에 낮추는 것이 개발 목표다.

PCSK9를 표적하는 siRNA 치료제로는 노바티스의 인클리시란(제품명 렉비오)이 상용화돼 있다. APOC3를 표적하는 애로우헤드의 플로자시란(제품명 레뎀플로)도 가족성 킬로미크론혈증(FCS) 성인 환자의 중성지방을 낮추는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큐리진은 두 표적을 별개 약물로 투여하는 대신 하나의 분자로 동시에 억제하는 전략을 택했다.

최 대표는 “두 약물을 각각 투여하면 세포마다 유입되는 약물의 양이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는 하나의 분자에 두 기능이 들어 있어 같은 세포에서 두 표적을 함께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투여량과 비용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큐리진과 에이프릴바이오는 공동개발을 진행하면서 후속 개발과 기술이전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큐리진은 향후 항암제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siRNA를 이용한 항암제는 아직 허가받은 사례가 없다. 암 조직까지 RNA를 전달하고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회사는 두 유전자를 동시에 억제하는 기술을 활용해 암세포의 생존에 관여하는 신호를 차단하고,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유전자 서열을 표적해 선택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 대표는 “큐리진의 정체성은 siRNA를 활용한 암 치료제 개발에 있다”며 “기존 치료제로 해결하기 어려운 암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약을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이며, 공동연구 및 조기 기술이전을 통해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6년 9월 8일 15시11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