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삼다수 맞아요?"…편의점서 생수 사려다 '당혹'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입력 2026-09-08 13:58
수정 2026-09-08 14:37

편의점 생수 매대에서 익숙했던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파란색, 초록색, 흰색 라벨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던 브랜드명이 하나둘 없어지고 있다. 대신 투명한 페트병 표면의 음각 로고와 병 모양, 뚜껑 색깔이 브랜드를 구분하는 새로운 ‘간판’이 되고 있다.

국내 먹는샘물 시장의 무라벨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생수업체들의 경쟁 방식도 바뀌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라벨을 떼어내자 그동안 제품명과 로고, 브랜드 컬러를 소비자에게 보여주던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제주삼다수는 이런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업체 중 하나다. 2023년 9월부터 편의점과 슈퍼 등에서 QR코드를 적용한 무라벨 낱병 제품을 선보였고, 올해 5월부터는 국내 판매용 제품 생산 전량을 무라벨 방식으로 전환했다.

지난 7월 제주삼다수 유통사인 광동제약의 거래처 출고 기준 무라벨 제품 비중은 97.2%까지 올라갔다. 일부 유통채널에 남아 있는 기존 유라벨 제품 재고와 QR코드의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 인식 문제 등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실제 매대에서 접하는 무라벨 제품 비중도 빠르게 높아질 전망이다. 라벨 사라지자 ‘병 자체’가 광고판생수는 식품 가운데서도 내용물만으로 브랜드를 구분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상품이다. 소비자가 눈으로 봤을 때 대부분 투명한 물이 담긴 페트병이다. 그동안 업체들이 라벨 디자인과 색상, 로고에 공을 들여온 이유다.

하지만 무라벨 제품이 편의점 낱병까지 확산하면서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라벨 없이도 소비자가 한눈에 특정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병 모양과 음각 디자인, 뚜껑 색깔, QR코드, 매대 표시 등이 새로운 브랜드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라벨을 없애는 친환경 포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페트병 자체가 일종의 광고판 역할을 해야 하는 셈이다.

올해 1월부터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국내 제조 먹는샘물과 오프라인 소포장 제품에는 무라벨 의무가 적용되고 있다. 오프라인 낱병 제품에는 올해 말까지 전환 안내 기간이 운영된다. 낱병 판매가 많은 편의점에서도 내년부터는 무라벨 제품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옆 병은 ‘컬러 라벨’ 그대로…달라진 경쟁 조건다만 생수 매대에 놓인 모든 제품이 똑같이 라벨을 떼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완제품 형태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먹는샘물은 국내에서 제조한 먹는샘물과 같은 무라벨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다. 물 등에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을 더해 법적으로 ‘혼합음료’로 분류되는 제품 역시 이번 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내 제조 먹는샘물은 라벨이 사라지면서 브랜드명과 로고, 고유 색상을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워진다. 반면 제도 적용을 받지 않는 수입 완제품과 혼합음료는 기존처럼 화려한 라벨을 활용해 제품명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특히 여러 브랜드의 낱병이 한 줄로 늘어서는 편의점에서 두드러질 수 있다. 소비자가 몇 초 안에 제품을 고르는 매대에서는 시각적인 브랜드 노출이 구매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무라벨 전환 자체는 생수업계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정부는 2024년 먹는샘물 생산량 약 52억 병을 기준으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연간 약 2270t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