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판매 채널을 넓히고 있다. 자체 웹사이트에서만 팔던 AI 구독권과 토큰을 스마트폰·화장품처럼 온라인 쇼핑몰 진열대에 올려 일반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이용자 수 경쟁이 격화하면서 실제 돈을 내는 고객을 확보하려는 AI 기업들의 수익화 경쟁이 유통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화장품 옆에 AI 구독권…유통 전쟁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와 미니맥스는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에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중국 주요 AI 기업들은 급증한 사용자를 안정적인 반복 매출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판매 채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작은 베이징의 AI 기업 즈푸AI였다. 즈푸AI는 최근 티몰에 온라인 매장을 열고 코딩 플랜 구독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하루 뒤 티몰은 아예 AI 상품을 한곳에 모은 AI 스페이스 스테이션을 출범시켰다. 이곳에서는 알리바바클라우드와 즈푸AI, 미니맥스, 딥시크 등의 AI 구독권을 구매하거나 토큰을 충전하고 특정 용도에 맞춘 패키지 상품을 살 수 있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티몰에 따르면 즈푸AI 매장이 문을 연 뒤 48시간 동안 AI 토큰과 구독 상품 거래가 160% 넘게 증가했다.
AI 서비스를 스마트폰 선불요금을 충전하듯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 진입 장벽을 낮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알리바바클라우드와 즈푸AI는 자체 공식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문샷AI와 미니맥스, 딥시크 상품은 제3자 판매업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서비스가 전자상거래 진열대로 들어간 것을 두고 중국 AI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동안 AI 기업들은 자사 웹사이트나 앱을 중심으로 구독 고객을 확보했지만 앞으로는 검색 순위와 할인, 쇼핑 축제 같은 전자상거래의 전통적인 마케팅 수단까지 경쟁에 활용할 수 있게 돼서다.中 AI 기업, 티몰서 유료화 승부 다만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AI 개발사들이 유료 고객을 보다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이지만 플랫폼이 통제하는 트래픽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가격 경쟁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AI 모델마다 제공하는 토큰 수와 사용 한도, 기반 모델의 성능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가 상품 가격만 놓고 직접 비교하기 어려워서다. AI 서비스를 유통상품처럼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비교 기준은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 AI 기업들이 전자상거래까지 판매 채널을 넓히는 배경에는 수익성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이용자와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막대한 모델 개발비와 인프라 투자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즈푸AI의 올 상반기 매출은 9억5389만위안(약 1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00%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순손실은 약 20억위안에 달했다.
문샷AI도 자본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문샷AI는 홍콩 증시 기업공개(IPO)를 위해 비공개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IPO를 앞두고 추진 중인 마지막 투자 유치에서 기업가치가 약 500억달러(약 66조9500억원)에 이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7월 문샷AI의 연간 반복매출이 올해 말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중반 4억~5억달러 수준의 두 배다.
미니맥스 역시 올 상반기 매출이 1억166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3% 증가했다. 기업용 사업 매출이 700% 급증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조정 순손실은 2억9300만달러로 두 배 넘게 불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 AI 시장의 경쟁 축이 좋은 모델 개발에서 더 많은 유료 고객 확보로 이동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