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형일, 尹 정부에선 "다주택자 과세는 징벌적" 주장

입력 2026-09-08 11:22
수정 2026-09-08 11:31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징벌적 과세'로 규정하고 반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후보자는 다주택자가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만큼 과도한 과세가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에는 이재명 정부의 ‘실거주 중심’ 주택시장 정책에 대해 “확고한 방향성이 있는 원칙”이라고 밝혀 과거 발언과 달라진 입장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은 이같은 취지의 이 후보자 발언을 8일 공개했다. 의원실이 근거로 삼은 자료는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기획재정부 차관보로 재직하던 2022년 12월 언론 인터뷰다. 당시 이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운용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인터뷰를 했다.

당시 경제정책 방향에는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규제지역 내 2주택자의 취득세 중과를 없애고, 최대 12%였던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세율도 규제지역 내 3주택 이상자와 법인에 대해 6%로 낮췄다. 1년 미만 단기간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때 적용되는 세율도 기존 70%에서 45%로 조정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이런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투기수요를 단속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해 굉장히 많이 징벌적 과세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임대차 시장으로 전이돼 임대료 인상을 일으키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공공임대만으로는 임대 수요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도 봤다. 그는 "공공임대를 계속 늘릴 수 있느냐. 이건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결국 민간에서 임대공급이 늘어나야 하는데 결국 그걸 누가 하느냐. 결국 다주택자가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주택자의 역할론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사회에 처음 진출한 청년이나 신혼부부, 이런 어려운 계층의 경우 임대차 시장을 많이 이용하게 되지 않겠냐"며 "다주택자에 대한 생각이 좀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다주택자에게 부과된 징벌적 부분은 정상화해야 하고, 민간등록임대에게는 좀 더 지원해서 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다른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3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거주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은 확고한 방향성이 있는 원칙”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질서를 내세우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와 다주택자 과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업무를 시작하면 차관보 시절 다주택자의 민간 임대주택 공급 기능과 세 부담의 임차인 전가 가능성을 강조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 후보자는 과거 다주택자 과세가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민간 임대공급을 위축시킨다고 강조했지만, 장관 후보자가 되자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는 '실거주 원칙'이 확고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과 몇 년 사이에 소신을 바꾼 이유에 대해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