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우유'도 가격 올리나?…설탕세에 유업계도 '초긴장'

입력 2026-09-08 11:00
수정 2026-09-08 11:07


콜라와 주스 등에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가 가공유와 발효유 등 유제품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흰우유 소비 감소와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그나마 성장성이 높은 가공유와 발효유에 새로운 부담금까지 붙으면 제품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유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첨가당뿐 아니라 대체당을 넣은 감미음료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이르면 이번주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의원실은 전날 공동발의 서명을 대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첨가당 함량이 100mL당 5g 이상 8g 미만인 음료에는 L당 250원, 8g 이상이면 500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체당을 사용한 음료에도 L당 최대 50원의 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이 포함됐다.


유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감미음료’의 범위다. 최종 법안과 시행령에서 가공유와 마시는 발효유 등이 포함될 경우 딸기·초코·바나나우유와 요구르트류도 부담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우유에 원래 들어 있는 유당과 달리 제조 과정에서 추가한 설탕이나 감미료가 문제가 되는 구조다. 영국도 설탕세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서 기존에 면제됐던 밀크셰이크와 초코·딸기우유 등 포장 우유음료를 과세 대상으로 추가한 바 있다.



부담금 규모도 적지 않다. 200mL 가공유를 기준으로 첨가당 함량이 100mL당 5~8g이라면 한 개당 50원, 8g 이상이면 100원의 부담금이 발생한다. 제조사가 이를 전부 떠안을 경우 수익성이 악화하고, 일부라도 판매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업계로서는 부담이 더 크다. 저출생과 식습관 변화로 주력 제품인 흰우유 시장이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보다 9.5% 감소해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판매가 줄어도 유업체들이 원유 매입량을 탄력적으로 줄이기 어려워 남는 원유와 재고 부담도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매출 2조1008억원, 영업이익 4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23.6% 감소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에 포장자재·수입 원료 가격과 환율 부담까지 겹친 영향이다.

유업체들은 흰우유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그동안 가공유와 발효유, 단백질 음료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도 단백질·뉴트리션과 발효유 사업을 확대하며 흰우유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남양유업의 경우 지난해 수익성이 낮은 품목을 축소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끝에 5년 만에 연간 흑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설탕부담금이 이들 ‘효자 제품’을 다시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5월에도 원재료와 환율 부담 등을 이유로 흰우유를 제외한 가공유·발효유 등 54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7.5% 올렸다. 당시 200mL 초코·딸기·커피우유의 대형마트 가격은 1060원에서 1150원으로 인상됐다. 흰우유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가공제품 가격을 올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설탕부담금까지 현실화하면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흰우유 가격을 물가 부담 때문에 쉽게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공제품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공유와 발효유가 실제 부담금 부과 대상에 포함될지는 법안의 최종 ‘감미음료’ 정의와 향후 시행령에 달려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유당과 제품 제조 과정에서 첨가되는 당을 구분하는 문제도 있어 적용 기준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생기면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