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유통업체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국가 사업이 대형 유통업체인 컬리에 7억원 가까운 돈을 지급하고 4개월만에 종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다회용 택배상자 시장형성 지원사업 현황 및 성과분석’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중소 유통업체의 다회용 택배 용기 사용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총 13억7800만원의 예산을 받았다. 사업 초기인 1차 공모에서는 사업 취지대로 중소 유통업체에 보조금이 지원됐다.
하지만 공단은 2차 공모에서 중소 유통업체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12월 컬리를 대상자로 선정했다. 컬리는 연간 매출이 2조원을 넘어 대규모유통업법 기준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로 분류된다.
공단이 컬리에 지급한 돈은 6억70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은 올해 4월 사업을 종료했고 해당 사업을 지속할 계획도 없다고 김 의원실에 설명했다. 김 의원은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대형 업체의 배만 물리는 4개월짜리 먹튀 사업"라고 지적했다.
공단은 해당 사업을 평가하면서 4개월치 실적을 단순 환산해 1년치 탄소 감축량 104.8t을 사업 실적으로 제출했다. 다회용 택배 상자 물동량 역시 64만9519건으로 목표치(38만5000건)의 168.7%를 달성했다고 평가했으나, 이는 컬리의 기존 다회용 택배 상자(퍼플박스 등)의 사용 실적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공단이 사업 제외 대상인 대형 유통업체에 국민 세금을 보조금으로 준 것도 문제지만 불과 넉 달 만에 사업을 종료하고 사업 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며 “대형 업체의 ‘먹튀’를 위해 공단이 나서서 판을 깔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된 사업계획 없이 ‘일단 예산만 따놓고 보자는 식’의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 되며,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책임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스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