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즐겨 마셨는데"…30살 요구르트의 화려한 귀환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입력 2026-09-09 06:00
수정 2026-09-09 10:40

1996년 출시된 남양유업 ‘이오’가 올해 서른 살이 됐다. 어린 시절 냉장고 한쪽에 줄지어 있던 조그만 요구르트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요즘 온라인에서 잘 팔리는 이오는 모습이 다르다. 용량은 두 배 넘게 커졌고 플라스틱병 대신 빨대를 꽂아 마시는 종이팩에 담겼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 ‘이오 유산균음료’ 190mL 24개 묶음 상품은 쿠팡 건강식품 내 유산균음료 카테고리에서 ‘쿠팡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상품평도 2만 건 이상 쌓였다. 쿠팡 랭킹은 판매 실적과 이용자 선호도, 상품 정보 충실도 등을 종합해 매기는 순위다. 다른 유산균음료 카테고리에서도 매일유업 ‘엔요’와 함께 최상위권을 오가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잘 팔리는 제품이 익숙한 80mL짜리 냉장 요구르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남양유업은 2021년 기존 이오 브랜드를 활용해 190mL ‘이오 유산균음료’를 내놨다. 멸균팩을 적용해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게 하고 포스트바이오틱스와 비타민 5종, 칼슘 등을 넣었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한 병씩 꺼내 먹던 제품을 온라인에서 24개, 48개씩 주문해 쟁여둘 수 있는 음료로 바꾼 것이다.

가격도 온라인 소비에 맞춰져 있다. 최근 쿠팡에서 190mL 24개 묶음 가격은 8800원 안팎으로, 100mL당 약 193원이다. 비슷한 용량의 유산균음료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24개뿐 아니라 48개와 72개, 120개 묶음까지 판매된다. 한 번에 많이 살수록 편리한 상온 음료의 특징을 적극 활용한 셈이다.
이는 30년 된 장수 식품 브랜드가 살아남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름과 맛에 대한 소비자의 기억은 남겨두되 용량과 포장, 판매 방식은 현재의 소비 습관에 맞춰 바꾸는 것이다. 이오 역시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제품은 아니었다. 출시 당시 요구르트 시장은 60mL 제품이 주류였지만 이오는 80mL 제품으로 차별화했다. 브랜드명도 어린이를 위한 다섯 가지 기능 성분을 뜻하는 ‘Effect-5’에서 따왔다.

제품도 계속 손봤다. 기존 80mL 이오는 한 병당 당류를 2011년 11g에서 2021년 6g으로 낮췄고 유산균 수와 비타민·미네랄 등 영양 성분을 강화했다. 어린이용 간식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족이 함께 먹는 제품으로 소비층을 넓히려는 전략이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판매량은 34억1500만개에 달한다. 국민 한 명당 약 66병을 마신 셈이다.

온라인에서는 요구르트 자체의 소비 방식도 바뀌고 있다. 쿠팡 유산균음료 상위권에는 190~200mL 종이팩 묶음 상품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매일유업 엔요 역시 200mL 제품을 24개·48개·96개 단위로 판매한다. 냉장고 문에 넣어두던 작은 요구르트가 생수나 두유처럼 박스째 주문하는 음료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소비자에게 익숙하다는 강점이 있지만 과거 제품 형태만 고집하면 소비 방식 변화에 뒤처질 수 있다”며 “장수 브랜드의 인지도에 온라인 유통에 적합한 용량과 포장을 결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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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