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철학은 그대로, 매장은 최첨단…'백년가게' 지키는 AI CCTV

입력 2026-09-08 15:40
수정 2026-09-08 16:37
오래된 가게의 경쟁력은 ‘변하지 않는 것’에서 나온다.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키며 고객과 쌓아온 신뢰와 품질에 대한 원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매장 운영 방식까지 과거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소비 방식과 영업 환경이 달라진 만큼 오래된 가게들도 매장 관리와 보안 시스템을 현대화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5년 이상 사업을 이어오다가 폐업한 사업자는 31만7406명으로, 관련 통계가 확인되는 2005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기간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은 ‘백년가게’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업종과 지역은 달라도 장수 점포에는 품질에 대한 고집, 고객과의 신뢰, 지역사회와 함께해온 시간이 공통적으로 녹아 있다.

서울 홍익대 앞에서 50년째 미술 재료를 판매하는 호미화방과 부산 부평깡통시장에서 1968년부터 돼지국밥을 팔아온 밀양집이 대표적이다. 두 가게는 전통과 원칙은 지키면서도 매장 관리 방식은 시대에 맞게 바꾸고 있다. 매장 곳곳에 SK쉴더스 물리보안 브랜드 ADT캡스의 AI CCTV 등을 설치해 상품과 시설을 관리하고 고객 응대에도 이용한다. ◇ 화가 ‘밤샘작업’ 돕는 AI CCTV 호미화방은 홍익대 앞을 오가는 미술학도와 작가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온라인으로 미술 재료를 손쉽게 주문할 수 있는 시대에도 직접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김병수 호미화방 대표가 꼽는 이유는 단순하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50년 동안 미술 재료가 다양해지고 구매 방식도 크게 달라졌지만 작가가 필요한 순간 필요한 재료를 내어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미화방은 작가들이 작업하다가 재료가 떨어졌을 때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약 30년간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했다. 긴 영업시간만큼 매장 관리도 쉽지 않았다. 매장 규모가 큰 데다 소형 재료부터 상대적으로 고가인 전문 미술용품까지 수많은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호미화방은 10여 년 전부터ADT캡스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장 곳곳에 AI CCTV ‘뷰가드 AI’를 설치해 매장 상황과 상품을 관리하고 있다.

CCTV의 역할은 단순히 도난이나 사고를 감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객 문의나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녹화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매장에서 벌어진 일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고객과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상품도난방지 서비스까지 추가했다.


AI CCTV는 고객 응대에도 활용된다. 호미화방 매장에는 높이 약 1.4m의 매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처음 방문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직원들은 카운터 앞에 설치된 CCTV 화면으로 매장 전체를 살피다가 도움이 필요한 고객이 보이면 먼저 다가간다.

김 대표는 “손님을 일일이 따라다니기보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 먼저 다가가는 것이 고객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가 필요할 때 호미화방이 필요한 곳이 돼왔듯 매장 운영과 보안에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ADT캡스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금까지 쌓아온 가치와 신뢰를 이어가는 화방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AI로 ‘60년 맛’ 지킨다 부산 부평깡통시장의 밀양집은 1968년 문을 열었다. 어려운 시절 시장 상인들에게 따뜻한 돼지국밥 한 그릇을 내놓으며 시작한 가게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은 오래된 단골은 물론 시장을 찾은 관광객까지 방문하는 지역 대표 노포로 자리 잡았다.

어린 시절 부모의 손을 잡고 왔던 손님이 60대가 돼 다시 찾아오는 곳이다. 긴 세월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은 비결은 ‘옛 방식 그대로 지켜온 맛과 신뢰’다.

정정아 밀양집 사장은 “사골 뼈와 함께 3시간 이상 삶아낸 머릿고기에서 살을 일일이 발라낸 뒤 다시 3시간가량 건조하고 손수 토렴하는 방식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과 손이 많이 들지만 밀양집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고수하는 방식이다.

대신 매장 환경은 달라졌다. 전통시장의 정겨운 분위기는 유지하면서도 학생과 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소비자들이 더욱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정비했다.

정 사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밀양집만의 맛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님이 몰리는 식사시간에는 매장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조리와 계산, 고객 응대가 동시에 이뤄지는 데다 매장 안팎을 오가야 해 주방에서 모든 상황을 살피기 어렵기 때문이다.

밀양집 역시 ADT캡스의 AI CCTV ‘뷰가드 AI’를 활용하고 있다.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대 계산 여부와 소지품 분실 등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고화질 녹화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고객과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게 밀양집 측 설명이다.

가스와 불을 사용하는 식당 특성상 영업이 끝난 뒤에도 매장 상황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다. 정 사장은 “늘 불과 가스를 사용하는 식당이다 보니 가게를 비운 뒤에도 문득 걱정될 때가 있다”며 “현장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큰 안심이 된다”고 했다.

매장 외부에 설치한 AI CCTV는 지역사회 안전에도 활용된다. 밀양집은 매장 밖에서 고기를 손질한 뒤 판매하기 때문에 외부에 설치한 CCTV를 통해 주변 상황과 식재료가 오가는 모습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의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영상 정보를 제공해 추적 중인 인물의 이동 동선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정 사장은 “ADT캡스가 매장 안팎을 지켜준 덕분에 보안에 대한 걱정을 덜고 국밥 한 그릇을 내놓는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부모님이 힘든 시절부터 일궈온 삶의 터전인 만큼 그분들이 지켜온 정직함과 맛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전통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 ‘지키는 방식’도 진화한다호미화방과 밀양집이 보여주는 것은 장수 점포의 경쟁력이 단순히 오래된 역사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되 운영 방식은 변화해야 다음 세대까지 가게를 이어갈 수 있다.

상품과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매장 안팎의 상황을 확인하는 것은 이제 대형 매장만의 과제가 아니다. 인력 부담을 줄이면서 고객 응대의 품질을 유지하고, 도난과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관리 기반을 갖추는 것도 장수 점포의 지속적인 영업을 뒷받침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ADT캡스 관계자는 “오랜 세월 지역사회의 역사이자 자산으로 자리 잡은 백년가게가 지켜온 철학을 다음 세대에 이어가기 위해서는 변화한 영업 환경에 맞는 안정적인 운영 기반도 중요하다”며 “각 매장이 본업과 고객에게 집중하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지켜갈 수 있도록 보안과 매장 운영 측면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