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상장사가 지난달 말 756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증시의 83%를 넘어서면서 밸류업 공시가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전년 말 대비 80.3%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61.8%)와 코스피200(76.9%) 수익률을 모두 앞질렀다.
하지만 공시 참여 기업 수가 늘었다고 해서 모두가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이 중에는 ‘무늬만 밸류업’인 상장사도 많다. 자사주 소각·매입, 현금배당 등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밸류업 내용을 담은 상장사들은 어디 있을까.◇반도체가 불붙인 자사주 매입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밸류업 사례는 단연 ‘반도체 투톱’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40조원 규모 자사주 취득 및 전량 소각을 발표했다. 이틀 뒤인 21일에는 삼성전자가 3분기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포함해 올해 총 90조~11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공식화했다.
특히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영구적으로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확실한 환원책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10월 말 3분기 실적발표 시점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추가 주주환원도 공개할 계획이다. 현금배당과 함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반영해 내년 1월 이사회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업계에서도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최근 50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을 공식화했다. 올해 3월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사주(임직원 보상용 등 제외)는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하기 때문에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도 8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다만 신규 매입이 아니라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가 대상이다.
향후 자사주 매입을 더욱 확대할 기업들은 어디일까.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5∼2026년 자사주 매입 기업 중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으로 대신증권(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비율 9.5%)·메리츠금융지주(4.7%) 등을 꼽았다. 이는 현금이 풍부한 만큼 추가 매입 여력이 높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에스엘(잉여현금흐름 수익률 14.6%)·TKG휴켐스(14.5%) 등이 매입 여력이 높다고 진단했다.◇배당은 ‘고배당기업’ 여부 체크현금배당 확대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특히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위해서는 단순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 등을 넘어 조세특례제한법상 ‘고배당기업’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준연도 대비 현금배당이 줄지 않고 △배당성향이 40% 이상 또는 25% 이상이면서 배당액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을 경우에 고배당기업에 해당한다. 기업이 꾸준히 배당을 확대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다. 금융주와 통신주가 대표적인 고배당기업으로 꼽힌다.
대신증권은 이익과 연계된 정량적인 환원정책을 제시한 기업 가운데 증액 강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20곳을 추렸다. 피에스케이, 롯데웰푸드, LG이노텍, LG전자, 세아베스틸지주, 티씨케이, DB하이텍, 삼양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들은 배당성향, 총주주환원율, 잉여현금흐름 등 이익과 환원을 연결하는 수치 기준을 제시한 곳”이라며 “실제 환원 확대 여부는 재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전년 대비 높아진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주주환원 기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