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에 '연 8%대' 안전자산 나온다…개인투자용 국채 추가

입력 2026-09-08 16:03

70%.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담을 수 있는 위험자산(주식형 자산)의 법적 한도다. 반대로 말하면, 계좌 자산의 최소 30% 이상은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는 뜻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 ‘30% 규정’을 답답하게 여긴다.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족쇄처럼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위험자산 비중을 무리하게 늘렸다가, 급격한 하락장을 마주하고 패닉에 빠져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떠안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가계금융 및 자산배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존 캠벨 하버드대 교수는 투자자들의 이러한 행동 특성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금융 소비자의 상당수는 금융 지식이 부족함에도 과도한 낙관 편향을 지니고 있어 스스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개인의 장기적인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해 제도적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가 주장하는 배경이다.

퇴직연금의 30% 안전자산 의무 규정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수십 년간 항해해야 하는 연금 투자자의 최소한의 생존을 돕는 ‘구명조끼’인 셈이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조금 덜 내더라도, 하락장에서 포트폴리오가 침몰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한다.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는 이 구명조끼의 형태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퇴직연금 투자 문화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 역시 투자자의 성향과 목적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기존에는 시중은행의 예·적금과 같은 전통적인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안전자산의 대세로 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ETF 시장이 급성장하며 CD금리·KOFR 등을 추종하는 금리형 ETF와 다양한 형태의 채권형 ETF가 안전자산의 큰 축으로 떠올랐다. 또한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 비중을 자동으로 줄여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ETF 형태로 구현한 상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달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추가된다. 바로 ‘개인투자용 국채’다. 2024년 처음 도입된 개인투자용 국채는 그동안 전용 계좌를 통해서만 매수할 수 있었으나, 이제 퇴직연금(DC·IRP) 계좌에서도 직접 담을 수 있게 됐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원리금을 전액 보장하는 안정성을 지닌다. 일반 채권과 달리 유통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매입 시점의 수익률이 만기까지 확정되며, 시장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하락 위험이 없다. 전용 계좌에서는 3년, 5년, 10년, 20년물까지 네 종류의 선택지가 제공되지만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연금의 장기 투자 취지에 맞춰 10년물과 20년물 두 가지만 존재한다.

만기까지 보유 시 표면금리에 가산금리, 연복리 혜택이 합쳐진 이자를 원금과 함께 일시에 받는 구조다. 금리는 매달 재정경제부 공시에 따라 정해지는데 ‘2026년 9월 개인투자형 국채 발행 계획’에 따르면 이번 회차 적용금리는 10년물의 경우 세전 만기 수익률이 59.28%(연평균 5.92%), 20년물은 161.30%(연평균 8.06%)에 달한다. 다만 만기 전 중도환매를 신청하면 표면금리에 따른 이자만 적용되고 가산금리와 연복리 혜택은 사라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개인투자용 국채를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하면 전용 계좌에서 투자할 때와 세금이 달라진다. 전용 계좌에서는 만기 시 이자소득에 14%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반면,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과세가 연금 수령 시점으로 미뤄진다.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 시 3.3~5.5%의 저율 연금소득세만 부과된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펀드나 ETF처럼 언제든 매수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며, 매달 지정된 기간에만 청약할 수 있으므로 투자 계획이 있다면 사전에 일정을 꼼꼼히 챙겨둘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계좌의 30% 안전자산을 운용하는 데 정답은 없다. 그러나 선택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흐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확장된 안전자산의 스펙트럼을 자신의 은퇴 준비 계획에 맞춰 적절하게 조합한다면 시장의 파도를 헤쳐나갈 든든한 노후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