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치솟는다. 그런데 지수는 지난 6월 ‘영광의 9천피’를 기록하고 폭락한 뒤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폭락과 횡보의 7~8월을 지나 코스피지수는 짧게나마 누렸던 9천피를 향해 다시 나아갈 수 있을까.
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영·신한·유안타·키움·하나·NH 등 13개 증권사의 전망을 종합하면 9월 코스피는 박스권 속 업종 확산 장세가 예상된다. 낮은 밸류에이션과 자사주 수요가 하단을 지키지만 금리와 외국인 수급, 개인 매물대가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 기업 실적과 펀더멘털보다 ‘누가 매물을 받아내느냐’가 더 중요한 만큼 지수가 전고점을 향해 치솟기보단 금리와 수급 안정을 기다리며 박스권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9월 코스피 예상 범위는코스피 지수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시한 곳은 삼성·유안타·신한·키움 등 네곳이다. 삼성증권은 6500~8500, 신한투자증권은 6600~8000, 유안타증권은 6700~8100을 예상했다.
가장 보수적인 키움증권은 9월 예상범위를 6300~7600으로 제시했다. 실적이 부족한 건 아니다. 키움증권이 집계한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989조원으로 한 달 새 2% 상향됐다. 이익은 오르는데 주가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키움증권은 “이익과 주가의 괴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장기금리 변동성, 반도체 수급 부담, 7월 급락 이후 높아진 위험 프리미엄 등 실적 외의 변수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주가는 향후 이익 둔화 우려 탓이 아니라, 시장이 현재의 이익 개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큰 변동성 속에서도 코스피 상승세를 기대하는 이유도 역사적 저점권의 밸류에이션이다. 하나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PER이 4배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목하며 “밸류에이션이 이미 낮아 추가 디레이팅보다 정상화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중심선이 9월 7300선에서 10월 8200선으로 점차 상향될 것으로 봤다. 7월 폭락장을 거치며 바닥을 통과했고, 8월에는 6400선 부근에서 하방 지지력을 확인했다는 판단이다.◇ 펀더멘털보다 수급당분간 지수 움직임은 수급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장기금리에 대한 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물론 대규모 옵션 만기와 원화 강세 등 외국인·기관 수급을 흔들 요인이 산재했다. 금리 상승에 따라 AI 기업의 자금조달 우려가 부각되는 점도 한국 반도체 투자심리에 불리하다.
시기적으로 최대 변곡점은 9월 중순~후반으로 꼽힌다. 대신증권은 미국 고용·물가 지표 이후 15~18일(현지시간) 미국·일본 금리결정회의와 미국 ‘쿼드러플 위칭데이’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짚었다. 추석 휴장을 앞두고 국내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지수 하단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는 것은 반도체가 주도하는 주주환원이다. 지난달 31일 개인과 외국인, 기관 등 주요 투자주체가 모두 순매도를 기록할 때 지수가 상승한 것도 ‘기타법인’의 자사주 매수 수요 덕분이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계획대로 자사주를 사들이면 9월 기타법인 순매수가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했다.
선호하는 업종으로는 여전히 가장 많은 증권사가 반도체를 지목했다. 유안타·삼성·NH·현대차·신한·메리츠·키움·미래에셋 등 8곳이 반도체와 IT 업종을 중심에 둘 것을 권했다. 다만 반도체만 사라는 조언은 아니다. 키움은 소매·증권·IT하드웨어·방산·화장품을, 메리츠는 금융과 건설을 차선호 업종으로 제시했다. 삼성은 지주·고배당주와 전력기기·에너지저장장치(ESS)·방산으로 범위를 넓힐 것을 권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