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음료' 잘 팔리는데…'설탕세' 도입에 학계선 경고한 까닭 [이슈+]

입력 2026-09-08 11:51
수정 2026-09-08 12:23

정치권에서 소아·청소년 비만을 예방하고 만성질환을 억제한다는 취지로 가당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 도입 논의가 나오는 가운데 학계에선 신중론이 제기됐다. 최근 저당·제로 음료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격 규제의 건강 개선 효과가 얼마나 될지와 저소득층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역진세' 논란까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조세정책학회와 한국납세자연합회가 지난 7일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선 설탕부담금 도입에 앞서 국내 음료 소비 변화와 정책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는 가당음료 섭취 감소 추세다. 설탕부담금은 가당음료(제조·가공하는 과정에서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 액상과당, 포도당, 시럽 등의 '첨가당'을 인위적으로 넣은 음료)에 일정 수준 이상 가당이 포함된 경우 별도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국민 건강 목적으로 당 섭취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영국, 프랑스, 멕시코 등은 이미 도입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언급하면서 관심이 한층 커졌다.


다만 최근 추세를 보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가당음료 섭취량은 2016년 116.9g에서 2024년 87g으로 25.6% 감소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발표한 별도 분석에서도 당이 포함된 탄산음료 섭취량은 2019~2023년 감소한 반면 저칼로리 탄산음료 섭취량은 증가했다. 전체 음료 섭취량 자체는 늘었지만 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은 같은 기간 약 1g 감소했다. 소비자 선택이 무가당·저칼로리 제품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론 당류 섭취 문제가 줄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질병관리청 조사에서 2023년 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10대였다. 가당음료 섭취가 많은 아동·청소년과 20대에서는 음료 섭취자의 당 과잉 섭취 비율이 음료 미섭취자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설탕부담금 도입을 주장하는 쪽이 소아·청소년을 주요 정책 대상으로 꼽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보건사회연구'에 게재된 논문은 가당음료 부담금이 소비 감소와 식품업계의 저당 제품 개발을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100mL당 당 함량 5g 미만을 면제하고 5g 이상 8g 미만에는 L당 225원, 8g 이상에는 L당 300원을 부과하는 3단계 모델을 제시했다. 이 방식을 적용할 경우 연간 약 2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제시된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 안(100mL 기준 당 5~10g에 L당 250원, 당 10g 초과 시 500원 부과) △김선민 의원안(당 5~8g에 225원, 당 8g 초과 시 300원 부과) △이수진 의원안 외에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안과 현재 시행 중인 영국·프랑스·멕시코 기준을 적용할 경우 설탕부담금이 얼마나 걷힐지 추산했다.

윤영호 단장 안을 적용한 경우 2021~2025년 평균 연간 9090억원이 걷힐 것으로 추산됐다. 김선민 의원안은 6789억원, 이수진 의원안은 4274억원으로 나타났다. WHO 권고안을 적용하면 평균 9322억원이 설탕부담금으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번 세미나에서는 '역진성' 문제를 짚었다. 음료 가격에 일정액의 부담금이 붙으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내는 세금이 돼 저소득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정란 명지대 교수가 세미나에서 공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음료 330mL당 99원의 부담금을 적용했을 때 소득 1분위(하위 20%)의 부담률은 소득 5분위(상위 20%)의 8.4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과 청년층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오문성 경희대 교수는 이미 시장에서 저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가격 규제가 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추가 검증해야 한다고 짚었다. 노 교수 역시 영양성분 정보 제공과 건강교육을 강화하고 기업의 저당·제로 제품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비가격 정책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설탕부담금 도입을 지지하는 연구에서는 저소득층이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한 만큼 음료 소비 감소와 이에 따른 건강 편익 역시 이 계층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부담금으로 확보한 재원을 저소득층 건강 지원 등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대체당 과세'의 경우 설탕부담금의 정책 목적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다. 설탕 섭취량을 낮추기 위해 식품업체가 설탕을 대체감미료로 바꾼 제품까지 부담금을 물릴 경우 기업의 저당·제로 제품 전환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게 신중론의 논리다. 이 때문에 건강 위해성에 대한 근거와 관계없이 단맛을 내는 음료 전반으로 부담금 대상을 넓힐 경우 '건강 증진을 위한 부담금'보다 새로운 재정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법안을 추진하는 측은 세수 확보가 아니라 과도한 당 섭취를 줄이고 식품업계의 제품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추진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부담금으로 확보한 재원을 아동 건강에 재투자하는 동시에 업계의 저당화 연구개발과 공정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설탕부담금 자체는 해외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정책 수단이다. WHO 집계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최소 116개국이 한 종류 이상의 가당음료에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단 국가마다 세율과 부과 방식, 당 함량 기준뿐 아니라 대체감미료 포함 여부가 달라 '설탕세 도입 여부'만으로 정책 효과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결국 국내 설탕부담금 논의의 관건은 과세 자체보다 제도 설계와 효과 검증에 있다는 분석. 설탕세 가격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와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부담을 어떻게 완화할지, 대체당까지 규제해야 할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지 등이 추가 쟁점으로 제시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