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지코·자이언티 등 K팝 스타들의 앨범 재킷을 찍은 사진가 최랄라(39)가 5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자신이 찍은 사진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린 작품이 나왔다.
서울 신수동 레이어스튜디오 11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는 신작 57점이 나와 있다. 최 작가는 사진 비전공자다. 20대 초반 해양경찰로 복무하면서 사고 현장을 기록하는 일을 맡은 것이 사진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전역한 뒤 독학으로 사진을 익혀 2009년부터 상업 사진을 찍었고, 2016년부터는 개인 작업에 몰두했다.
그의 이름을 알린 작품은 '뒷모습' 연작이다. 얼굴도 표정도 보여주지 않고 돌아앉은 인물을 필름 카메라로 찍었다. 자연광만 쓰고 색은 몇 가지로 줄인 다음, 셔터를 오래 열어두는 장노출로 인물의 떨림을 담아냈다. 2022년에는 프랑스 이에르에서 열린 국제 패션·사진 페스티벌에서 사진 부문 그랑프리와 관객상을 함께 받았다.
이번 신작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작품들이다. 촬영한 사진을 인화한 다음 그 위에 드로잉과 페인팅을 얹고, 이를 다시 사진으로 찍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화면에는 색과 선, 손으로 문지른 흔적이 겹겹이 쌓였다. 최 작가는 "그동안 인물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장면을 구성해 왔지만, 이번에는 대상을 마주 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을 택했다"며 "표현의 한계에서 벗어나 감정과 충동을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붓을 들었다"고 말했다. 타인을 바라보는 과정이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일과 맞닿아 있다는 게 작품에 담긴 메시지다.
전시장은 촬영이나 행사 때 쓰는 스튜디오를 그대로 썼다. 전시장 안쪽에는 구조물을 따로 세우고 음악과 작품 원화를 엮은 영상을 틀었다. 전시를 기획한 이소현 큐레이터는 "단순한 신작 발표가 아니라 작가가 지난 몇 년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라며 "자신의 감정과 삶의 이야기를 이전보다 훨씬 솔직하게 꺼내고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오는 9일 아티스트 토크, 19일 프로젝트 토크가 열린다. 매주 금요일 밤 8시와 9시에는 소수 인원만 받는 '나이트뷰잉'을 운영한다. 전시는 이달 3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