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신용한 충북도지사가 지방재정 분권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두 지사는 법인세의 5%를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고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 수준에서 4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에 뜻을 모았다. 아울러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 부담을 국가가 확대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했다.
추미애 지사는 7일 충북도청을 찾아 신 지사와 지방재정 분권 강화를 주제로 면담했다.
두 지사는 경기와 충북이 반도체 등 국가 첨단산업을 떠받치고 있지만 산업 기반시설 구축에 따른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현행 세제 체계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 지사가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법인세 지방 배분이다. 추 지사는 국세인 법인세의 5%를 광역지자체에 내려보내 산업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지방정부에 세수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 지사는 경기 용인과 충북 청주를 사례로 들었다. 경기도는 용인 반도체 집적지 등을 위해 전력과 용수, 도로 등 대규모 기반시설을 구축해야 하고, 충북도는 청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기업 생산시설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실적이 개선돼 법인세가 늘어도 광역지자체가 직접 얻는 세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두 지사의 판단이다.
추 지사는 "경기도가 전력과 물, 도로 등 기반시설에 많은 부담을 지고 유지·보수까지 맡지만 초과 세수에 따른 혜택은 보지 못한다"며 "국세인 법인세의 5%를 지방에 내려보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지사도 힘을 실었다. 신 지사는 "충북은 청주를 중심으로 SK하이닉스,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이 산업의 강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며 "법인세 5%를 광역지자체에 배분하는 방안에 충북도 당연히 찬성한다"고 했다.
두 지사는 지방소비세율 인상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현재 부가가치세 세수 가운데 지방소비세로 배분하는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지방정부의 자체 재원을 확충하자는 구상이다.
추 지사는 현행 25% 수준인 지방소비세율을 40%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며, 정부 임기 동안 매년 약 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려 중앙과 지방 간 세수 격차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추 지사는 "과거 지방재정 위기 때도 지방소비세율을 대폭 올린 전례가 있다"며 "현재 25% 수준에서 40%까지 차츰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지사 역시 "지방소비세율을 점진적으로 40% 수준까지 올리는 방향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 인건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추 지사는 국가직 전환 취지에 맞게 국가가 소방공무원 인건비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지사에 따르면 전국 소방공무원 인건비는 연간 약 6조5000억원이며, 이 중 경기도가 부담하는 규모만 1조원 안팎이다. 경기도 지방세입이 약 15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재정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추 지사는 "국가직화했으면 국가가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시설과 장비 유지비에 인건비까지 지방정부에 부담시키는 현행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 지사는 소방 인건비 재원 확대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재원 배분 방식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지사는 "지방으로 재원을 내려주는 방향에는 동의한다"며 "주거복지와 소방 인건비 가운데 어떤 방식이 지방에 실질적으로 유리한지 정교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기와 충북은 반도체 산업을 연결하는 광역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용인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집적지가 조성되고 충북 청주에서도 반도체 투자가 확대되는 만큼, 두 지역이 경쟁보다 산업 생태계 확장에 초점을 맞추자는 취지다.
신 지사는 "수도권 팽창은 충북에 리스크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라며 "진천·음성·청주 등 경기와 인접한 지역의 산업 발전을 함께 도모하고 반도체 분야에서도 용인과 청주가 윈윈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지사는 법인세 지방 배분과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 지방재정 확충 방안을 중앙정부와 국회에 공동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