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피지컬AI, 기술·데이터·인프라를 하나로

입력 2026-09-07 18:25
수정 2026-09-08 01:18
요즘 기술 담론의 핵심은 ‘피지컬 인공지능(AI)’이다. 화면 속에서 글과 그림을 만들던 AI가 이제 눈으로 세상을 읽고 팔다리로 일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공장 협동 로봇, 자율 운반차, 휴머노이드 등이 현실로 들어오고 있다. 세계 각국과 빅테크는 파운데이션 모델, 휴머노이드 개발, 데이터 확보에 천문학적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정부도 피지컬 AI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는 단일 기술로 완성되지 않는다. AI 모델·데이터·반도체·통신·디바이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개별 기술을 넘어 이들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고 고도화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출발점은 ‘범용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작업마다 개별 AI를 개발하면 확장에 한계가 크다. 로봇 구동 데이터를 모으고,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학습을 통해 범용 모델을 고도화하는 기반이 필요하다.

데이터 역시 핵심 자원이다. 로봇이 마주할 현실은 언어·이미지 중심 AI보다 훨씬 복잡하다. 영상·센서·동작·공간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실제와 합성 데이터를 결합해야 한다. 데이터를 단순히 많이 모으는 것보다 공통 규격과 기준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해 다시 AI 성능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

특화 인프라도 뒷받침해야 한다. 대규모 데이터 학습엔 컴퓨팅·스토리지·네트워크가 중요하고, 현장에선 저지연과 고효율 전력을 갖춘 실시간 추론이 요구된다. 국산 NPU·AI모델·클라우드·통신망을 연계해 현장에서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 곁의 로봇에겐 안정적 통신과 실시간 연산이 필수다. 기지국에 AI 연산을 결합한 AI-RAN, 현장 인근 저지연 처리를 돕는 에지 데이터센터, 이기종 관제 플랫폼 등 신규 인프라가 뼈대가 돼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현장의 안전성·신뢰성·생산성을 충족하지 못하면 성과로 이어질 수 없다. 산업별 문제를 진단하고 맞춤형 기술을 찾아 실증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버티컬 산업 브릿지 분과’가 이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국방·방위산업, 해양·조선, 제조, 자율주행·물류, 의료·웰니스, 일상 서비스 등 6개 액션 그룹을 중심으로 산업 수요를 발굴해 기술·데이터·인프라의 현장 결합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장 수요를 실증으로 잇고, 이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와 경험을 다시 모델과 인프라 고도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피지컬 AI 경쟁력은 한 기업의 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개별 역량을 연결해 국가적 성과로 빚어내는 협력 체계가 절실하다. 피지컬 AI 얼라이언스는 산학연 기술과 현장 수요를 잇는 협력의 장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 왔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로봇 제어 기술이 아니라, AI가 현실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새로운 영역이다. 우리의 탁월한 AI·반도체·통신 역량과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 기반을 결집한다면 대한민국은 피지컬 AI 시대의 추격자가 아니라 글로벌 생태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