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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조만간 체결할 1차 대미투자 합의문에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 추진’과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등이 담기는 건 두 나라 관계가 미국의 인공지능(AI) 패권을 뒷받침하는 에너지 인프라 협력 관계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2000억달러(약 280조원) 규모 대미투자 펀드가 단순한 금융 협력을 넘어 양국 간 경제안보 동맹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특히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은 한국 기업에 천문학적 규모의 수주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 현지의 까다로운 원전 규제와 치솟는 건설비 탓에 자칫 ‘비용 폭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美 빅테크 전력 기근, 韓 기술로 푼다7일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대미투자 협상에서 미국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초점을 두고 협상을 벌여왔다.
양국이 조만간 발표할 1차 대미투자에는 대형 원전 8기를 미국 본토에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와 관련한 기본적인 합의와 함께 1호 대미투자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의 한·미 전략투자 합의에 대한 소관 상임위원회 보고 등 국회 승인 절차를 밟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날 “관련 법령에 따른 국회 보고 등 국내 절차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프로젝트를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빅테크는 최근 생성형 AI를 넘어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자 전력 기근과 투자 병목이 발생했다. 이를 타개할 핵심 파트너로 원전 시공 능력과 발전 엔지니어링 경쟁력을 갖춘 한국을 낙점한 것이다.
원전 8기 건설은 대미투자펀드 2000억달러를 한 번에 소진할 수 있는 기회다. 2024년 상업 가동에 들어간 미국 보글 원전의 건설 비용은 한 기당 18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대형원전을 짓는다고 해도 최소 100억달러에서 150억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8기 건설이 현실화한다면 800억달러에서 1200억달러가 필요하고, 엔시날 프로젝트(약 220억달러)까지 포함하면 나머지 서너 곳의 투자처를 찾으면 되는 셈이다. ◇ ‘팀 코리아’ 르네상스일까 바가지일까초대형 대미투자 집행이 가시화하면 한국의 원전과 에너지 플랜트 생태계가 초호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원전 시공 역량과 부품 제조 공급망이 크게 약해진 미국으로선 주기기 제작부터 시공, 운영 관리에 이르는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을 한국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자로와 터빈 등 핵심 주기기를 제작하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세계 곳곳에 원전을 시공한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 등 국내 간판 기업이 미국 사업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커진다.
당정 협의에 참여한 한 여당 관계자는 “(미국에) 원전을 짓는다면 사실상 두산(에너빌리티)이나 현대(건설) 등 팀코리아 국가대표 기업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본토 원전 시장은 인증과 통제 장벽이 높지만, 뚫기만 하면 수익성 크고 다른 나라로 진출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고 기대했다.
막대한 자본만 대주고 실속은 차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현지의 치솟는 인건비와 살인적인 물가, 강력한 노조의 입김, 까다로운 인허가 및 환경 규제를 감안하면 공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 폭탄을 대미투자 펀드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2000억달러는 한국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인데, 미국이 관리에 얼마나 힘을 쏟아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사업관리·운영위원회 등의 대미투자 검토에서 상업적 합리성과 투자금 회수 시점 및 기간, 인허가 리스크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훈/최형창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