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짜리 차 샀더니…"딱 6명 초청" 프라이빗 와인클래스 열렸다 [현장+]

입력 2026-09-07 20:00

"독일 와인이 리슬링만 있는 건 아니에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성자동차 청담전시장에서 열린 '마누팍투어 메이드 투 메저 쇼케이스'에서는 VIP 고객을 위한 와인 클래스가 진행됐다.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파트너 한성자동차가 최상위 프리미엄 고객을 위해 마련한 프라이빗 초청 행사 중 하나다.

이 자리에서 전문 소믈리에는 독일 와인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에 앉아 독일 팔츠·모젤·바덴을 여행하는 것처럼 와인과 함께 모시겠다"고 운을 뗐다. 팔츠·모젤·바덴은 독일을 대표하는 주요 와인 생산지다.

이날 나온 와인은 독일 스파클링 와인 젝트(Sekt)를 비롯해 리슬링·피노 누아 등 3종이었다. 시음에 더해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방법과 라벨 읽는 법 등 와인에 대한 기초적 지식도 배웠다. 이날 초청된 6명의 고객 반응도 좋았다. 와인을 맛본 한 고객은 "밸런스가 좋다"고 감탄했고, "오늘 제공된 와인을 구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한성자동차에서 마이바흐를 구매한 이력이 있는 VIP 고객. 와인 클래스가 열리기 전에는 전시장에 있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등장한 마이바흐 S클래스 특별 에디션 차를 둘러보는 시간도 제공됐다.

직판제 전환 벤츠...딜러사 '경험' 초점행사가 열린 청담전시장은 세계 최초로 '익스클루시브 라운지 플러스'가 적용된 S-클래스와 마이바흐를 위한 전용 전시장이다. 2024년 전면 리뉴얼을 통해 마이바흐의 새로운 인테리어 콘셉트를 적용하면서 최상위 고객을 위한 브랜드 경험을 지속 강화했다.

벤츠의 주요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와인 클래스 외에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벤츠코리아가 차량 가격과 재고를 통합 관리하고 딜러사가 상담과 시승, 출고, 사후 서비스(AS) 등 고객 접점을 담당하는 등 '직판제'로 전환되면서 딜러사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딜러사 간 가격 경쟁의 영역이 줄어드는 대신 '어떤 고객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이날 열린 와인 클래스도 그 일환이다. 카이 강 한성자동차 전략혁신본부장(이사)은 "저희는 고객의 경험을 담당하는 매니저인 CXM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고객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며 "CXM은 고객 방문 시 모든 경험을 총괄하고 있다. 한성자동차가 운영하는 통합 로열티 멤버십 서비스인 '클럽 한성'도 올해부터 강력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경험에 더해 차에 대한 전문성도 기르고 있다. 한성자동차 청담전시장은 외장 컬러와 실내 소재, 스티칭 등을 고객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마누팍투어 메이드 투 메저' 상담이 가능한 국내 3곳 중 하나다.

럭셔리 브랜드 "수억원짜리 차 사는 고객 잡아라"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딜러사만의 현상이 아니다. 국내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는 차량 자체의 상품성을 넘어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까지 브랜드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BMW코리아는 7시리즈와 8시리즈, X7, XM 등 럭셔리 클래스 고객을 대상으로 전용 멤버십 프로그램 'BMW 엑설런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과 파인다이닝, 골프 등 자동차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영역까지 혜택을 확대하고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결합한 'BMW 엑설런스 라운지'도 운영한 바 있다.

국산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비슷한 전략을 강화했다. 최상위 모델 G90 롱휠베이스와 G90 블랙 오너만 이용할 수 있는 서울신라호텔 '제네시스 라운지'가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프라이빗 다이닝룸과 위스키 바, 사운드룸 등이 마련돼 있으며 제네시스 다이닝 코스뿐 아니라 위스키·와인·티 테이스팅, 하이엔드 오디오 체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고가 수입차 브랜드 롤스로이스는 서울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의 '프라이빗 오피스'를 열고 고객이 비스포크 디자이너와 직접 차량의 소재 및 색상, 디자인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벤틀리는 서울 강남에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공간인 '벤틀리 큐브'를 운영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고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브랜드 경험에서 머물게 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성능과 디자인, 브랜드 엠블럼 등 외적인 부분이 주는 럭셔리 감성도 좋지만 차를 구매한 뒤 소비자가 느끼는 대우와 경험까지가 상품이 주는 가치의 일부로 굳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