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역대 최고치로 오른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를 향해 민간임대시장을 살릴 대책을 서둘러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등록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로 임대 물량까지 줄어들 경우 세입자의 주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월세 162만원 역대 최고…전세 매물도 부족"오 시장은 7일 페이스북에 '전월세 지옥,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서울 전월세 시장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월세 대란으로 서울 전역이 '주거 지옥'이 되고 있다"며 "전월세 난민으로 내몰려 더 이상 서울에서 살 수 없다는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2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셋값은 9.95% 올랐고 전세 매물 부족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응 시점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만시지탄"이라며 "저는 지난해부터 '정부는 임대사업자를 규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전월세 주택을 공급하는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고 했다.
이어 "매입형 임대사업자가 전월세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종부세 합산 대상에서도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고 강조했다."등록임대 혜택 없애면 장기 거주 주택도 줄어"
서울의 등록민간임대주택은 40만7000가구로 전체 임차 주택의 약 20%를 차지한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약 9만3000명이다.
이들은 의무임대기간과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을 적용받는 대신 과세 특례를 받아왔지만 지난 8·3 세제 개편으로 관련 혜택이 폐지됐다고 오 시장은 전했다.
오 시장은 세제 혜택 축소로 일부 등록임대주택이 매매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봤다. 동시에 세입자가 임대료 급등이나 계약 해지 걱정을 덜고 장기간 살 수 있었던 주택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등록임대사업자들을 투기꾼으로 낙인찍고 기존 세제 혜택을 없앤다면 일부 물량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만큼 세입자가 임대료 인상이나 계약 해지 걱정 없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었던 주택도 사라지게 되고, 그 피해는 서민에게 돌아간다"고 짚었다.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는 주택이 앞으로 계속 늘어난다는 점도 거론했다. 오 시장은 서울에서 올해 2만가구가 넘는 등록임대아파트의 의무임대기간이 만료되고 2028년까지 약 3만 가구가 종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전월세 지옥이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실거주 위주 정책 기조도 전면 재검토해야"오 시장은 민간임대사업자를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자의 법적 정의를 별도로 만들고 지원과 의무를 함께 규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민간임대사업을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의 한 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며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자의 법적 정의를 신설하고 지원과 의무를 명확히 규정해 안정적인 임대시장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해서도 "등록임대사업자들 역시 예측 가능한 제도 안에서 국가를 대신해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주체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현행 부동산 정책의 기본 방향까지 손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거주를 중심에 둔 정책만으로는 매매시장과 임대시장 문제를 동시에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전월세 지옥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법은 '실거주 위주'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라며 "실거주만 선(善)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도, 전월세 시장을 살릴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