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기피시설로 꼽히던 교정시설이 충북 제천에서는 지역 회생 카드로 떠올랐다. 교도소 건립 때마다 지역 반발에 부딪혔던 과거와 달리,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가 심해진 제천에서는 “교정시설이라도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천시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시민 1506명을 대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7%가 교정시설 유치에 찬성했다고 7일 밝혔다.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5%포인트다.
찬성 여론의 배경에는 지역경제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교정시설 유치에 찬성한 이유로는 ‘지역상권 활성화 기대’가 20.8%로 가장 많았다. 교정 공무원 등 상주인구 증가, 지역 일자리 확대, 국가시설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 기대도 뒤를 이었다.
제천시가 제시한 기대 효과도 적지 않다. 시는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건설비와 운영비 등을 포함해 4000억원 규모의 파급효과가 생기고, 연간 1만여명의 면회객이 지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정시설 직원과 가족 등 800여명의 정주 효과, 정규직 일자리 창출도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열린 시민공청회에서도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단순히 교도소라는 이유만으로 혐오하거나 막연한 불안감으로 반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교정시설이 다른 지역으로 가면 다시는 유치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도 38.3%에 달했다. 반대 이유로는 ‘범죄·치안에 대한 불안’이 32.1%로 가장 높았다. 지역 이미지 저하, 수용자 도주 등 안전사고 우려, 주변 생활환경 악화 가능성도 반대 이유로 꼽혔다.
교정시설 유치가 실제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청회에서는 대규모 사업비 가운데 지역 업체에 돌아가는 몫이 얼마나 될지, 교정 공무원들이 실제 제천에 정착할지, 미혼 직원이나 주말부부 비율까지 고려한 인구 유입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면회객을 도심 상권으로 끌어들이는 동선 설계도 과제로 꼽힌다. 단순히 시설만 유치해서는 상권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는 만큼, 교통·숙박·식당·관광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치안 불안을 낮출 안전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제천시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7일까지 읍면동 마을을 대상으로 ‘입지 희망 마을 공모’를 진행한다. 이후 선별된 후보지를 토대로 다음 달 12일까지 법무부에 유치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후보지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오는 12월 최종 부지가 선정된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매년 청년 인구가 500명씩 유출되고 지역 상가 공실률이 22%를 넘어서는 등 제천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안 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비공식적으로 유치를 희망하는 마을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주민 토론,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적정한 사업지를 찾겠다”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