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인공지능(AI)에 돈은 많이 쓰지만, 아직 제대로 일을 시키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현상준 서비스나우 지역부사장 겸 한국대표는 최근 서울 역삼동 서비스나우코리아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AI를 도입하는 것보다 실제 업무에 연결해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서비스나우는 기업의 IT·인사·고객서비스 등 여러 업무를 연결하고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최근 서비스나우가 쏘트랩과 함께 조사한 ‘2026 엔터프라이즈 AI 성숙도 지수’에서 한국 기업의 AI 성숙도는 52점으로 아시아·태평양 평균과 같았다. 반면 AI 관련 지출 증가율은 약 120%로 글로벌 평균 110%를 웃돌았다. 조사는 글로벌 19개국 6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현 대표는 “한국 정부의 AI 투자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생각하면 80점 정도는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를 보고 놀랐다”며 “한국 기업은 AI를 해야 한다는 비전이나 투자 의지는 강하지만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단계에서 점수가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의 52%가 AI 에이전트를 도입했지만 사람의 개입 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자율형 워크플로를 적용한 기업은 9%에 그쳤다. AI에 맞춰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체를 다시 설계한 기업도 2%에 불과했다. 멜리사 리스 서비스나우 아시아 및 한국 그룹 부사장 겸 총괄은 “하나의 태스크나 부서에 AI를 붙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여러 업무를 연결해 처음부터 끝까지 실행하는 자율형 워크플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와 거버넌스도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리스 부사장은 AI 에이전트도 직원처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이 몇 명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관리하듯 AI 에이전트도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는지, 비용은 얼마이고 성과는 얼마나 내는지를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실제 업무에 얼마나 잘 연결하고 비용 대비 성과를 얼마나 내느냐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기업 간 AI 경쟁도 어떤 모델을 쓰느냐보다 AI로 회사 일을 어떻게 바꾸느냐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